수입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겠다던 정부 계획 실효성에 의문 부호가 붙었다. 수입 석유제품에 붙는 세제 혜택이 사라지면서 수입량이 크게 줄었는데 지금까지 수입제품 가격 경쟁력이 상당 부분 정부 지원으로 만들어졌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25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공개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우리나라 수입사 석유제품 수입량은 57만2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2만6000배럴에 비해 86.8%나 급감했다.
2013년 10월 누적 수입량이 953만1000배럴이었던 보면 매년 급감 추세다. 수입사 업계도 개점 휴업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동명에너지, 삼보글로발, 아시아페트롤리엄컴퍼니 등 수입사 등록을 취소했다. 6개월 이내에 사업을 시작하지 않거나 시작 이후 1년 이상 석유수출입실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3년 16개, 지난해 11개 업체 등록이 취소되는 등 매년 퇴출 수입사가 늘고 있다.
수입 석유제품 시장 축소 이유는 전가상거래 시 주어지던 세제 혜택이 사라지고 저유가 기조 속에 가격메리트까지 없어진 데 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기름값 인하 3대 정책 가운데 하나로 석유 전자상거래를 도입했다. 한국거래소를 통해 휘발유와 경유를 거래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 정유사가 생산하는 석유제품 가격이 해외에 비해 비싸다는 판단 아래 수입 석유제품 무관세 적용, 바이오디젤 혼합 의무 면제, 수입부과금 환급 등 파격적 혜택을 제공했다. 이 가운데 관세·바이오디젤 관련 혜택은 2013년 6월 종료됐다. 수입부과금은 당초 리터당 16원 부과금 전액을 돌려주다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절반인 8원으로 축소했다. 올해 7월부터 내년 6월까지는 협의매매 시에만 4원 돌려받을 수 있다.
세제 혜택 축소는 수입량 감소로 이어졌다. 각종 혜택이 붙었던 지난 2012년 7월 석유제품 수입량은 53만5000배럴로 전달 20만5000배럴 대비 갑절 이상 늘었다. 그 해 하반기에만 433만2000배럴 석유제품이 수입됐는데 이는 상반기 대비 8배가량 폭증한 수치다. 이듬해인 2013년엔 연간 1031만4000배럴이 수입되며 최근 4년간 최고치를 찍었지만 관세·바이오디젤 혼합 관련 혜택이 종료된 하반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입부과금 환급액이 절반으로 줄어든 지난해 515만2000배럴로 줄었고, 환급액이 4원까지 더 떨어진 올해는 환급제도 시행 이후 최저치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 덕에 석유제품 수입량이 늘었지만 혜택이 줄면서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수입 석유제품에 각종 혜택을 줘가며 경쟁력을 살려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 대비 제품 가격 하락폭이 적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원유를 가공해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사의 가격 인하 여력이 커진 것까지 감안하면 수입 제품 비중은 앞으로 더욱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우리나라 석유제품 가격이 해외 시장 보다 높다면 수입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수출량은 줄어야 하는데 그 반대”라며 “수입부과금 환급으로 오히려 그동안 해외 석유제품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높였다”고 혹평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 내수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화토탈까지 가세해 공급 과잉이 발생한 상황”이라며 “수입부과금 환급액이 줄어든데다 수입사가 수송비를 붙여가면서까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