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배출가스 저감장치에 대한 조사를 국내에서 디젤차량 판매 업체 전체로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전체 판매량 68%가 디젤차량인 수입차 업체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환경부는 지난 26일 국내에서 디젤차를 판매 중인 모든 자동차 제작사에 대해 배출가스 저감장치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조사는 다음달 시작해 내년 4월까지 진행된다. 조사 대상은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 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재규어랜드로버 등 16개사다.
수입차 업체들은 심기가 불편하다. 판매 차량 대부분이 디젤차량이기 때문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판매된 수입 디젤차량은 총 13만4385대로, 같은 기간 전체 수입차 판매량 68.4%를 차지한다. 독일 업체 경우 전체 판매량 85%가량이 디젤모델이다.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푸조·시트로엥은 모든 시판 모델이 디젤차량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를 검증한 방식이 표준 인증 실험보다 까다로운 조건이고 운전자 주행습관에 따라 NOx 배출량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미 환경부 인증을 통과한 차량이 재인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폭스바겐그룹처럼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했다는 오해도 살 수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국산차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덤덤한 반응을 나타냈다. 배출가스 규제기준 ‘유로6’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술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한 디젤차량 모두 연비, 배기가스 배출량 등 친환경 실험을 보수적으로 진행해, 실험 조건을 통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신차부터 유로6 엔진을 장착한 현대·기아차는 EGR과 희박질소촉매장치(LNT)를 추가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LNT는 부피가 작고 비용이 적게드는 장점이 있다.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도 EGR과 LNT를 조합한 방식을 사용한다. 한국지엠은 LNT와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을 병행해서 사용한다. SCR은 NOx 제고 효과가 큰 반면, 가격이 비싸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조사지만 기존에 판매하는 차량 모두 환경부 인증을 통과했기 때문에 따로 준비할 것은 없다”며 “폭스바겐그룹처럼 별도의소프트웨어를 ECU에 적용하지도 않았고 이번 재인증을 통해 국산 디젤차 기술력도 검증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폭스바겐그룹 ‘EA189’ 엔진에 장착된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가 인증시험을 받을 때만 작동하도록 임의 설정한 사실을 검증했다. EGR은 엔진에서 한 번 배기한 가스를 다시 흡기 쪽으로 보내 재연소해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NOx)를 줄여주는 장치다. 다만 오래 사용하면 엔진 내구성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때문에 폭스바겐그룹은 배기가스 배출량 규제를 맞추면서 엔진 성능을 유지시키기 위해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
환경부는 디젤차량을 판매하는 16개 국내·외 업체들에 대해서도 △실내 표준 인증 시험 △에어컨 가동 인증 시험 △고속도로 인증 시험 △휘발유차 모드 인증 시험 △열간시동 인증 시험 등을 동일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류종은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