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하나로 천재가 될 수 있다면 어떨까. 올 가을 방영이 시작된 미국 드라마 리미트리스는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다. 뇌 사용 기능을 극대화해 평소 해내지 못하는 일을 해낼 정도로 천재가 될 수 있다는 설정이다.
특별한 일 없이 여러 일을 전전하던 주인공은 알약 하나로 자신의 인생이 바뀐다. 약물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까지 없앨 수 있게 되며,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 계속 약을 공급받으며 자신의 임무를 시작한다. 약을 복용하면 이틀 전 잠깐 지나친 간판이나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누군가 속삭였던 말까지 모두 기억하게 되는 천재가 된다. 인위적으로 자신의 학습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드라마 설정이 흥미롭다. 모두가 한 번쯤 꿈꿔봤던 이야기다.
실제 인간은 죽을 때까지 자신의 뇌 전체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전체 뇌 용량의 10% 수준도 사용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학설이 있다. 위대한 학자로 불리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각 부위가 특정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부위는 언어 기능을 담당하고 어느 부분은 수리나 공간 지각능력을 담당한다. 하지만 특정 부위만 발달한다고 해서 천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가령 길을 찾아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목적지를 묻는 언어를 처리해 어떤 답을 해야 하는지 언어적 분석이 먼저 요구된다. 이후 공간적으로 어떻게 가야할지 지도 등을 보고 처리하는 공간 지각능력이 필요하다. 이후 답을 쓰는 언어적인 능력과 운동 능력이 다시 요구된다.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문제를 하나 해결하는데도 뇌 곳곳이 쓰인다. 실제 천재라 부를 정도가 되려면 뇌 모든 부분에서 사용 가능한 부분이 전반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뇌를 구성하는 것은 ‘뉴런’이다. 전기적인 자극을 주고받는 가장 기본적인 뇌신경 세포로서 피부 조직이 구성되는 것과 같이 뇌를 구성한다.
뉴런은 세포 끝에 촉수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다른 뉴런과 연결돼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실제 뇌를 들여다보면 뉴런과 뉴런의 연결이 1000억개도 넘는다. 특히나 사용이 많은 부분에는 더 많은 길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대로 생각하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연결 부분은 서로 길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뇌는 사용하는 만큼 발달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머리가 좋아지고 싶으면 머리를 쓰라’는 통설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되는 것이다.
리미트리스는 인위적으로 약물을 이용해 뉴런 작용을 활발하게 한다는 설정을 말하지만 실제 이런 약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머리가 좋아지고 싶다면 자주 사용해 뉴런의 연결을 발달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뇌 여러 부분을 사용할수록 뉴런 사이 연결은 더 많아진다. 결국 뇌를 더 빠르게 사용할 수 있게 되고 리미트리스 주인공과 같이 똑똑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