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초 F학점까지 거론되던 ‘초이노믹스’ 17개월에 B~C 학점이 매겨지고 있다.
교체가 예상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정책에 대해 현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내린 평가다.
초이노믹스가 경기 부양에 올인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평가됐다. 반면에 수출이 어렵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1개월째 0%대에 머물렀다는 점이 감점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체코 순방을 마치고 5일 귀국한 후 중폭 수준 개각을 단행할 전망이다. 최 부총리를 비롯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의 교체가 예상된다.
기재부도 부총리 교체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최 부총리가 이미 수차례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예산안은 2일 자동 상정될 예정이어서 사퇴 부담도 덜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7월 취임 후 17개월 간 보여준 최 부총리 경제정책 초이노믹스는 B~C학점 수준이라는 평가다. 최근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수출 등 다른 지표는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탓이다.
6월까지 마이너스를 보였던 소매판매 증가율(전월 대비)은 7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메르스 여파로 크게 주춤했던 백화점, 대형마트 등 매출이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수출 부진으로 산업생산이 5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은 10개월 연속 감소세다. 10월 수출액은 434억7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5.8% 줄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이후 11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씻지 못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작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정부를 제외한 국내외 기관 대다수가 2%대로 내다봤다.
업계 한 전문가는 “경제지표상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개별소비세 인하 등에 의한 단기적 영향”이라며 “이런 현상이 얼마나 오래 갈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 후임으로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누가 후임 총리로 오든 확장적 재정이라는 정책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기재부 예상이다.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는 게 최대 과제인데다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정책 ?향을 크게 바꾸기는 부담스럽다는 분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곧 후임 부총리가 오지 않겠나”며 “새로운 부총리 청문회 준비를 위한 업무보고와 내년도 업무계획을 함께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부 내용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내년 업무계획 방향은 기존 경제정책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