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계열사 ERP 구축 사업, IBM-HPE `1승 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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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업계 라이벌 한국IBM과 한국HPE가 관심을 모았던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전사자원관리(ERP) 구축사업에 나란히 참여한다. 유닉스 서버 시장 순위변동을 몰고 올 사업으로 주목받았지만 두 업체가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삼성생명이 추진하는 차세대 SAP ERP(S-ERP) 구축 사업에서 서버 공급업체로 한국IBM과 한국HPE가 각각 선정됐다.

이번 사업은 삼성그룹에서 추진하는 일류화 프로젝트 일환이다. 삼성전자에서 구축한 S-ERP를 금융사까지 확대한다. 두 회사는 2017년 중순 완료를 목표로 2000억원에 가까운 대규모 자원을 투입한다.

차세대 사업에 맞먹는 규모로 IT업계도 하반기 최대어로 주목했다. ERP 구축을 위한 핵심장비 유닉스 서버를 비롯해 스토리지, DBMS 등 인프라도 상당하다.

분기당 30% 이상 매출이 하락하고 있는 유닉스 서버 업계에는 단비와 같은 사업이다. 전체 인프라 사업에서 유닉스 서버 예산은 100억원 남짓이다. 국내 유닉스 서버시장 분기당 매출의 약 15%를 차지한다. 수주 결과에 따라 시장 점유율 순위까지 뒤바뀔 수 있다. 올해 초부터 유닉스 업계가 사활을 걸고 준비한 이유다.

사업에서 삼성화재는 한국IBM 유닉스 서버 ‘파워시리즈’와 DB2를 선정했다. 삼성생명은 한국HPE의 슈퍼돔 엑스(X)와 오라클 DB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작년부터 진행한 개발 사업에서도 같은 장비를 도입했다. 가격보다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IBM 관계자는 “이번 삼성화재는 IBM 서버와 DB로, 삼성생명은 HPE 서버와 오라클 DB가 최종 결정 난 것으로 안다”며 “금융권을 중심으로 대형 사업이 발주되면서 침체된 유닉스 서버시장도 활기를 찾아간다”고 말했다.

지난 2분기 기준으로 국내 유닉스 서버시장은 약 648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가 줄었다. 한국IBM이 42%, 한국HPE가 34%, 한국오라클이 24%를 차지한다. x86서버에 밀려 전체 서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에 불과하다. 수요가 줄다보니 대형 사업 수주에 따라 점유율도 변화가 크다.

하지만 유닉스 서버업계는 투자를 강화한다. IBM, 오라클은 매년 새로운 프로세스를 개발한다. 유닉스 서버는 하드웨어(HW)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SW), 서비스 매출까지 거두는 영역이다. 상대적으로 유닉스 서버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금융권 차세대 사업이라는 버팀목이 있다. 유일한 대형 수요처다.

한국IBM과 한국HPE는 이제 삼성전자 ERP 구축사업(G-ERP)에 눈을 돌린다. 이번 삼성 금융계열사 ERP 구축 사업보다 두 배 이상 규모가 클 전망이다. 이번 사업에서 누구도 확고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라는 대어를 잡겠다는 목표다. 제1금융권 차세대 사업에 초대 받지 못한 한국오라클도 신제품을 내세워 도전한다. 성능은 물론이고 보안, 가격경쟁력까지 높인 스팍 M7 서버로 제1금융권 첫 진출을 시도한다.

한국HPE 관계자는 “내년 삼성전자의 글로벌 ERP 구축사업은 이번 금융사 사업보다 두 배 이상 클 것”이라며 “유닉스 서버도 대규모로 도입할 것으로 보여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