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 시장에서 불모지와 같던 엔지니어링 영역이 주목 받는다. 기술적 한계가 해소되고 업무효율성·보안 이슈가 커지면서 본격 개화할 조짐이다. 관련 솔루션 업체 시장 선점 경쟁도 전개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공업, 자동차, 소재부품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엔지니어링 데스크톱가상화(VDI) 적용을 적극 검토한다. 올해만 해도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10여 곳이 관련 개념검증(PoC)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지니어링 VDI는 설계, 시뮬레이션 등 고성능 워크스테이션급 영역에 가상화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하드웨어(HW)나 CAD, CATIA 등 고가 설계 프로그램까지 논리적으로 나누어 쓴다. 라이선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개인 PC는 중앙에 접속해 운영돼 보안도 강화된다.
2010년 국내에 첫 소개됐지만 현재 대우조선해양, LG디스플레이 소수에 불과하다. 핵심이 되는 GPU 가상화 기술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용량 그래픽 데이터를 개인PC로 전달하기에 네트워크 기술도 부족했다.
올해 들어 기술적 한계가 상당수 해소됐다. 앤비디아와 같은 GPU업체가 VM웨어, 시트릭스 등 가상화 업체와 손잡고 신제품을 내놨다. 최근 출시한 ‘테슬라 M60’은 가상머신으로 동시 접속하는 사용자와 성능이 기존 장비 대비 갑절 늘었다. 운용체계도 윈도에 이어 리눅스까지 지원한다.
서완석 앤비디아 이사는 “출시 제품은 맥스웰 기반으로 아키텍처를 완전히 바꿨다”며 “VM웨어도 개발과정에서 가상화 기술을 적극 지원해 엔지니어링 VDI 환경을 한층 안정되게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엔지니어링 VDI 시장에 가장 집중하는 곳은 VM웨어, 시트릭스 등 가상화 솔루션업체다. 전통적인 PC 가상화 영역을 넘어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은 고수익을 담보하는 신규 먹거리다. 이들과 협력하고 있는 앤비디아는 GPU 등 HW 판매 외에 가상 GPU를 통한 라이선스 매출도 기대한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설계도면 유출 등 보안사고가 고민거리로 부각되면서, 엔지니어링 VDI 검토는 더욱 확대된다. 망분리 기능까지 구현하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LG전자, 현대차 등 대형 제조업이 PoC를 진행했다. 현대차는 설계과정에서 협력사가 참여하는 데 이 영역을 우선으로 VDI 구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효 VM웨어코리아 상무는 “엔지니어링 영역에서 VDI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정보유출 등 보안 이슈가 가장 크다”며 “개개인이 쓰던 워크스테이션 환경을 중앙에서 종합해서 관리, 사용자가 유출할 수 있는 통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버, 스토리지 등 HW업계도 기회로 본다. 현재 국내 연간 워크스테이션 판매대수는 4만2000대~4만5000대 수준이다. 이 시장을 x86서버 기반 VDI 환경으로 바꿀 경우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VDI 환경에 필수인 빠른 입출력 속도를 지원하는 고성능 스토리지 수요도 있다.
이영수 바이올린메모리코리아 대표는 “엔지니어링 VDI는 다른 가상화 환경보다도 성능 요구사항이 더 높다”며 “현재 대형 제조업체가 연이어 PoC를 진행하는 데 내년부터는 수요를 노려 올 플래시 스토리지 공급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