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손목시계 대명사다. 이른바 명품이라고 하는 시계는 대부분 ‘메이드 인 스위스(made in swiss)’다. 최근 시계 명가 사이에 협업이 유행이다. 너도나도 적합한 IT업체를 물색 중이다. 스마트워치에 밀리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시계업체 역할은 디자인에 국한된다. 시계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무브먼트(Movement)를 IT업체에 내줬다. 무브먼트는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부품 수백개를 조립해 만든다. 수십년이 흘러도 변함없는 가치가 여기서 나온다. 스위스 시계 업체가 전체적인 디자인을 맡고 핵심인 시계는 IT업체가 만든다. 콧대 높던 시계 명가가 자존심을 접었다.
협력은 크게 두 가지 형태다.
무브먼트 없이 기계 부분인 시계를 오롯이 IT업체가 전담하는 방식과 무브먼트를 유지하면서 일부 스마트 기능만 탑재한 방식이다.
태그호이어는 최근 구글·인텔과 손잡고 ‘커넥티드 워치(Connected Watch)’를 공개했다. 회사가 자랑하는 베스트셀러 시계 ‘카레라(Carrera) 클래식’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다. 구글이 운용체계(OS)를, 인텔이 핵심 칩을 제공했다. 카레라 모양만 본뜬 셈이다. 메이드 인 스위스라고 하기엔 문제가 있다. 덕분에 가격은 170만원대로 조금 낮췄다.
파슬도 태그호이어와 접근 방식은 같다. 파슬 최초 스마트워치 ‘파슬 Q 파운더(Fossil Q Founder)’는 구글 안드로이드웨어 OS를 기반으로 했다. 디자인 빼고는 모토로라 360이나 LG워치 어베인 2nd 모델이랑 거의 같다. 가격은 메탈밴드 기준 295달러다. 시계 전문업체에서 내놓은 제품임에도 시장에 나온 스마트워치에 비해 저렴하다.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나름 자존심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가 다음 달 초 출시하는 ‘스위스 오를로지컬 스마트워치’는 겉만 봐서는 스마트워치인지 모를 정도다. 손목시계에 알람이나 운동량 체크 등 스마트 기능만 집어넣었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항상 정확한 시간과 날짜를 맞출 수 있다. 배터리도 오래간다. 미국 풀파워 테크놀로지와 공동 개발했다. 기존 아날로그 외형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무브먼트 속살을 보여주고 말았다. 가격은 100만원 초반대로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다.
브라이틀링은 기존 시계 화면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전자시계 형태로 기본 정보만 제공한다. B55커넥티드라는 이름의 제품은 조종사용 시계다. 아이폰과 연동한다. 비행시간이나 시차 등을 알려준다. 명가답게 가격은 1000만원대로 비싸다.
세계 최대 시계 제조기업인 스와치(Swatch)는 신용카드 결제 기능만 담은 ‘벨라미(Bellamy)’를 출시했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연동은 물론이고 알람, 운동량 확인도 안 된다. 무브먼트 사이로 근거리무선통신(NFC) 칩만 넣었다. 비자(VISA)와 협력해 모든 가맹점에서 결제가 이뤄진다는 게 장점이다. 가격은 10만원 초반대로 스와치는 중저가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모바도는 HP와 손을 잡았다. ‘모바도 볼드 모션은 스마트 기능이라고 부를 만한 부분은 블루투스와 LED 조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LED와 진동으로 전화나 문자 수신을 알려준다. 가격은 약 87만원이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