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스마트워치는 일부 마니아 전유물이었다. 기존 시계처럼 명품이나 패션 아이템이 아닌 신기한 IT기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주위에서 손목에 스마트워치를 찬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둘 중 하나는 애플워치다.
스마트워치 시장은 애플워치 전후로 나뉜다고 봐도 무방하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애플워치 등장 전인 지난해 2분기만 해도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100만대 수준에 머물렀다. 1년 후에는 530만대로 급격히 늘었다. 이 중 애플이 4분의 3 정도를 차지했다. 삼성은 시장 점유율 73.6%에서 7.5%로 10분의 1로 줄었다. 출하량도 줄었지만 애플이 시장을 독식해서다.
애플 독주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스마트워치 시장규모가 1년 만에 4.5배 성장했다. 관련 액세서리 산업도 확대되고 사양 산업이던 손목시계가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마트워치 시장판도는 스마트폰과 닮았다. 애플과 구글이 양분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애플 압승이라는 정도다.
자체 운용체계(OS) 없이 완성품 업체 간 경쟁구도로 굳어지는 것도 스마트폰 시장과 닮았다. 스위스 시계 업체를 위시한 연합 세력과 기존 완성품 업체 간 대결구도다.
시계 업체 가세로 스마트워치 판매 소구점은 더욱 명확해졌다. 가장 시계다운 스마트워치다. 시계는 실용성보다는 사치품 성격이 강하다. 1000만원이 넘는 비행기 파일럿용 시계를 일반인이 구입한다. 고가 시계 브랜드 타격이 적은 이유다. 기능보다는 브랜드나 디자인에 치중한다는 의미다.
스마트워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작은 애플이 했다. 애플워치를 시계로 소개한 것이다. 기능을 강조했던 기존 업체와 다른 접근이었다. 패션 브랜드 버버리 출신 앤젤라 아렌츠 수석부사장 등 패션계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스마트워치가 패션 아이템으로 방향을 틀자 스위스 시계 업체에도 틈이 생겼다. 기존 디자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스마트 기능을 담은 스마트워치를 잇달아 내놓기 시작했다.
과제는 결국 사용 시간과 기간 연장이다.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스마트워치는 사용시간이 최장 사흘을 넘기지 못한다. 전자잉크를 사용해도 1주일을 넘기기 어렵다. 이른바 명품 시계는 한 번 사면 10년 이상 쓰는 데 비해 스마트워치 사용기간은 2년도 채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처럼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계 외형에 센서만 부착한 타입은 배터리가 2년 이상 가기도 한다. 하지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