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무선사업부가 웨어러블 기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직접 설계한다. 내년 출시될 차세대 스마트워치(가칭 기어S3)에 탑재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AP를 직접 설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터리 지속시간을 늘리고 더 적은 전력으로 센서 정보를 수집하는 데 개발 초점을 맞췄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최근 이 같은 안을 확정하고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전용 AP를 설계하고 있다. DMC연구소 개발 인력 상당수가 무선사업부로 자리를 옮겨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스마트워치 ‘기어S’ 시리즈에 반도체 쪽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한 엑시노스 3250을 탑재해왔다. 이 제품은 ARM 코어텍스 A7 듀얼코어(1㎓) 기반이다.
무선사업부가 직접 설계에 나선 것은 웨어러블 기기에 최적화된 AP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다.
그간 사용해온 엑시노스 3250이 ‘스펙이 높다’고 판단했다. A7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수를 하나로 줄였다. 작동 클록도 1㎓ 이하로 낮춘다. 여기에 각종 센서 정보만을 처리하는 센서허브 설계블록을 추가했다. 센서허브는 CPU 대신 수시로 들어오는 센싱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대기 상태에 돌입한 CPU를 깨우지 않는 원리로 전력 소모량을 줄여준다.
기존에는 센서허브 용도로 전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를 따로 탑재했으나 최근에는 이 기능이 AP 속 설계 블록으로 내장되는 추세다. 무선사업부가 설계한 AP 생산은 시스템LSI 사업부가 맡는다.
무선사업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같은 삼성전자 우산 속에 있어도 사업부 간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는 현 환경에선 시스템LSI AP를 써도 ‘외부조달’로 본다”며 “내년 출시되는 삼성전자 스마트워치는 타이젠 운용체계(OS)부터 AP까지 무선사업부 핵심 자산으로 채워지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웨어러블 분야에서 애플과 동일한 수준 기술 자급력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애플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워치 제품에 자체 OS와 직접 설계한 AP를 탑재해 쓴다. 애플워치에 탑재된 AP(APL0778)는 32비트 ARMv7 아키텍처 520㎒ 싱글코어 기반이다. 28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이 칩 실리콘 다이(Die) 면적은 32㎟다. 아이폰6S에 탑재된 A9 칩(14나노 APL0898·16나노 APL1022) 다이 면적이 96~104.5㎟라는 점을 감안하면 워치용 AP 면적은 스마트폰용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칩 면적이 좁다. 슬림 설계로 배터리 지속시간을 늘렸다. 애플워치가 공개된 이후 주요 완성품 사업자는 워치 제품을 슬림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무선사업부가 자체 칩 설계 조직을 확대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당장은 조직 확대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어 시리즈는 아직 출하량이 많지 않아 부품 조달 시 볼륨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시스템LSI사업부도 최근 사업 호조로 무선사업부 워치용 맞춤형 칩을 별도 설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독자 설계 맞춤형 AP를 탑재한 기어 시리즈 완성도가 높아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다면 웨어러블을 시작으로 관련 조직이 커질 수도 있다.
1일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무선사업부장을 맡게 된 고동진 신임 사장은 상품기획, 기술전략, 개발실장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핵심 역량을 자체 보유하는 방향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무선사업부 자체 칩 설계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