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순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 글로벌파운드리(GF)가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왔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업체가 M&A 성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룸버그와 EE타임스 등 미국 매체들은 익명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Mubadala) 개발이 GF 지분 일부 혹은 전부를 매각하기 위해 여러 주체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 논의 대상자는 거론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대만 디지타임스와 중국 전자공정집 등 중화권 매체는 지난 9월 중국 국가 IC산업투자펀드가 GF를 인수하기 위해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GF는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2009년 AMD 생산 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순수 파운드리 사업만 하는 업체 중에서는 대만 TSMC에 이어 매출액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공정 공유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14나노 핀펫(FinFET) 칩도 양산하는 등 기술 역량도 확보하고 있다.
UAE는 최근 이뤄진 유가 하락 압박으로 국영 기업 매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GF가 그 가운데 하나다. UAE는 원유를 팔아 번 돈으로 반도체 같은 하이테크 산업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으나 관련 생태계 확보가 지지부진하자 최근 관심이 급격하게 떨어진 모습이다.
GF가 중국 자본으로 넘어갈 경우 국내 업계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 유출을 우려한 삼성전자가 공정 라이선스 계약을 끊거나 10나노 공정까지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GF는 삼성전자의 공정 기술뿐 아니라 장비까지 똑같이 도입하는 카피 이그잭틀리(Copy Exactly)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에 들어간 14나노 장비는 GF에도 동일하게 들어갔다. GF가 매각되고 삼성전자와의 공정 라이선스 계약이 끊어지면 국내 삼성 장비 협력사도 더 이상 보너스 같은 수혜를 보긴 힘들 것이라는 의미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