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연구기관 결합상품 조사결과를 두고 통신사가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대립했다.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맞물려 논란이 확산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3일 ‘2015년 미디어보유와 이용행태 변화’ 보고서에서 결합상품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서비스가 유료방송과 초고속인터넷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4300여가구를 대상으로 패널조사를 한 결과 응답가구 36.9%가 결합상품 선택 시 ‘유료방송 서비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36.4%가 초고속인터넷을 택했다. 이동전화를 고른 가구는 20.1%였다.
통신사는 해석을 놓고 대립했다. SK텔레콤은 ‘결합상품은 이동전화가 주도한다’는 통념이 깨졌다며 환영했다. 실제로는 유선서비스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창의미래연구소가 내놓은 연구 결과도 곁들였다.
당시 ‘방송통신서비스 결합판매와 시장지배력 전이 분석’ 보고서를 낸 조은진 선임연구원은 “결합상품을 이용한 이용자 고착효과는 이동전화보다 초고속인터넷이 더 크다”고 결론 내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국내 양대 ICT 정책연구소가 동일한 결과를 내렸다”며 “결합상품 관련 경쟁사가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지배력전이 공세는 설득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조사가 편향됐다’며 반발했다. 다른 연구조사 방법을 적용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ETRI 보고서는 기관 공식 의견이 아니라 연구원 개인 의견에 불과하다”며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결합상품 선택 시 지배적 사업자 이동전화서비스를 중심으로 선택한다’고 최근 포럼에서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도 “KISDI 패널조사 모수가 된 유료방송 가입자 중 케이블 방송 가입자 비율은 66.3%에 달한다”며 “이들은 이동전화를 원천적으로 결합할 수 없어 모수에 왜곡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KISDI 패널조사 담당자 가운데 한 명인 김윤화 ICT통계분석센터 부연구위원은 “이 보고서는 설문조사 결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뿐”이라며 “이 조사만 가지고 어느 한 쪽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