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폰 비싸진다… 특허 사용에 따른 원가 부담

샤오미가 해외 시장 진출 걸림돌이던 특허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라이선스 비용 증가로 원가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샤오미는 미국 퀄컴과 3G·4G 통신기술 특허권 사용계약을 맺었다. 샤오미의 결정은 올해 초 바뀐 퀄컴 특허료 정책 때문이다.

퀄컴은 지난 2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과징금 9억7500만달러를 부과하자 특허료 관련 정책을 변경했다. 퀄컴이 화웨이나 레노버, ZTE와 맺은 상호특허 사용 계약을 파기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중국 내 스마트폰 제조기업이 퀄컴 칩만 구매하면 3G, 4G 등 이들 기업 특허를 무단 사용할 수 있었다.

퀄컴 스냅드래곤
퀄컴 스냅드래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게 샤오미다. 퀄컴 스냅드래곤 칩만 사면 화웨이가 가진 3G나 4G 통신 기술도 공짜로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퀄컴 특허 정책 변경으로 샤오미는 핵심인 3G·4G 통신기술 특허 사용료를 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퀄컴 특허 우산이 사라진 셈이다. 샤오미가 지금까지 지불하지 않던 통신 기술 특허 사용료 부담을 안게 됐다. 이는 고스란히 스마트폰 제조 원가에 반영된다. 가성비가 장점인 샤오미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화웨이나 레노버, ZTE 등 경쟁 업체는 필요한 특허만 구매해 특허료 비중을 낮출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이 비슷해지는 것이다.

이번 특허계약을 계기로 샤오미 해외 시장 진출은 탄력을 받게 됐다. 특허진입 장벽이 해소된 탓이다. 샤오미는 그동안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다. 특허 사용료 부담을 지는 대신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대상은 중저가 시장이다. 최근 샤오미 대표 스마트폰 미4(Mi4)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인증을 통과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홍미2프로’도 FCC 인증을 받았다.

샤오미 Mi4
샤오미 Mi4

샤오미는 지난 5월 미국 웹사이트를 개설했지만 특허 문제로 스마트폰을 제외한 보조배터리나 헤드폰, 스마트밴드 등 모바일 액세서리 위주로 판매해왔다.

퀄컴은 이득만 챙겼다.

특허 사용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퀄컴은 작년 특허권 사용료 부문에서만 66억 달러 이익을 냈다. 지난 3분기 실적보고에 따르면 퀄컴은 특허권 사용 계약으로 벌어들인 금액 중 절반이 중국 업체에서 나왔다. 이번 계약으로 수익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샤오미와의 계약 소식에 퀄컴 주가도 올랐다. 퀄컴 주가는 2일(현지시각) 기준 주당 51.8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5.2% 상승했다. 2011년 11월 이후 4년 만에 하루 증가치로는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퀄컴 로고
퀄컴 로고

퀄컴은 이번 계약으로 화웨이와 TCL, ZTE에 이어 중국 내 5대 휴대기기 제조사 가운데 4곳과 특허권 사용 합의를 마쳤다. 지난달까지 레노버(Lenovo)와도 협상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데릭 에벌리 퀄컴 사장은 “이번 계약은 퀄컴이 갖고 있는 계획 중 하나”라며 “현재 진행되는 상황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스테이시 래스건 샌포드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이번 계약이 퀄컴 재무 상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모르지만 중국은 특허권 사용료를 낼지 말지가 아닌 얼마나 낼 것인지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