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체코 원전 협력, 신규 원전사업 수주 기선 잡았다

우리나라가 체코 신규 원전사업 관련 경쟁 우위를 점했다. 박근혜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원전 협력을 본격화하는 한편, 기관·기업 간 공동사업도 발굴할 예정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이후 후속 수출성과를 노리는 원전 외교 포트폴리오가 중동과 동남아에서 동유럽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이하 현지시각) 체코 프라하에서 ‘한-체코 원전협력공동위원회’를 갖고, 신규 원전사업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전력은 체코전력공사(CEZ) 자회사 스코다프라하와 원전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도 교환했다. 2일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유럽사업자설계요건(EUR) 인증 취득을 위한 자문 계약도 체결했다.

페테르 보드나르 스코다프라하 사장, 렌카 코바쵸브스카 체코 산업통상부 차관, 정양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이희용 한국전력 원전수출본부장(왼쪽부터)이 원전협력 MOU를 교환한 후 기념촬영했다.
페테르 보드나르 스코다프라하 사장, 렌카 코바쵸브스카 체코 산업통상부 차관, 정양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이희용 한국전력 원전수출본부장(왼쪽부터)이 원전협력 MOU를 교환한 후 기념촬영했다.

양국 고위급 공동위가 열리고 기업 간 건설 예정인 체코 신규원전과 공동사업 방안에 대한 실무 논의가 진행되면서 협의가 보다 구체화됐다. 한전은 스코다프라하와 함께 신규 원전사업 개발과 운영 및 유지보수, 연료·정비·기자재 등 공급망 구축, 신기술 교류 등을 공동으로 수행하기로 합의했다.

한수원은 스코다프라하와 EUR 인증 취득에 공조한다. EUR는 유럽 원절 설비에 대한 일종의 기술표준으로 유럽 지역에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선 필히 따내야 한다. 양사는 2017년까지 EUR를 취득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400여종에 달하는 심사기술 문서 완결성과 적정성 검토, 개정 권고사항 등에 협조하기로 했다.

인증대상인 ‘EU-APR’는 유럽기준에 맞춘 원전 모델로, 현재 UAE에 건설 중인 APR1400을 기반으로 삼았다.

체코와 원전 협력은 실제로 원전 수출까지 많은 과정이 남아있지만 현지 정부·사업자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국가 간 우호관계를 한발 앞서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국 정부 고위급이 함께한 원전협력공동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부터 체코와 원전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하지만 당시 체코 정부는 신규 원전계획을 확정하지 못해 협력 논의에 한계가 많았다.

올해는 달랐다. 체코는 지난 5월 2040년까지 국가에너지계획을 담은 ‘국가에너지콘셉트(SEC)’를 최종 승인하면서 원전 신규 건설 계획을 확정했다. 내년 6월에 신규원전 사업모형과 입찰방식을 결정하고, 2019년까지 국제 공개입찰에 붙일 계획이다. SEC는 우리나라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같은 개념이다. 이번 대통령 방문과 고위급 회의는 체코가 신규원전 계획을 확정하고 관련 작업에 속도를 내는 단계에서 진행된 우리 정부의 발 빠른 행보로 평가할 수 있다.

교환한 MOU 중 주목할 것은 한수원이 스코다프라하와 진행한 EUR 인증취득 자문건이다. 한국전력이 교환한 MOU는 양국 정부와 공기관 차원 포괄적 협력을 약속한 것이라면, EUR 인증은 실질적 사업적 협력 내용을 담고 있다. MOU에 따라 스코다프라하는 한수원 EUR 인증취득 작업을 도와주게 된다. 계획대로 2017년에 인증을 취득하게 되면 한수원과 스코다프라하는 관련 인증을 활용해 유럽 원전입찰 시장에 공동 참여할 수 있게 된다. 2019년 입찰 예정인 체코 신규원전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앞으로 진행될 체코와 협력에 대한 원자력계 기대도 크다. 체코는 이미 두코바니(Dukovany)에 4기, 테멜린(Temelin)에 2기 등 총 6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을 펼치는 대표 국가다. 현지 전력 중 35%가량을 원전이 담당하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프라하 등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는 체코의 현대·기아차로 불리는 ‘스코다’를 필두로 한 대표적 제조업 기반 국가다.

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독일과 스위스 등 주변국으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체코 정부 의지는 단호하다. 1일 원전협력공동위원회 참석했던 렌카 코바쵸브스카 체코 산업통상부 차관은 지난 7월 우리나라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주변국들이 우리 에너지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진 않는다”며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전은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며 러시아 등 자원강국이 에너지를 무기화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원전은 기본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관심은 실제로 원전 사업을 우리나라가 수주할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이번 MOU도 향후 사업 정식 발주에 앞서 양국 간 원전 우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현재 분위기는 양호하다. 체코 에너지계획이 수립된 이후 원전 관련 양국 정상간 합의는 우리가 처음이다.

최근 원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러시아가 지역적으로는 가깝지만 1968년 개혁운동인 ‘프라하의 봄’과 연방 분리 당시 겪었던 갈등 등을 감안하면 국제관계에선 우리가 러시아보다 체코와 우호선상에 있는 점도 기대를 높이는 배경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양국 간 협력이 원전 수출 계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경쟁국 대비 체코와 원전 사업 관련 유리한 고지에 먼저 점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EUR 인증 취득 등 양국간 구체적인 협력을 계속해 원전분야 관계를 계속 증진시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체코 원전 운영 현황(자료:한국원자력문화재단)>


체코 원전 운영 현황(자료:한국원자력문화재단)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