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깊이 읽기]조선남자

조선에서 말하는 서양은 이른바 ‘양귀(洋鬼)’의 땅이다.

동방으로 향하는 수많은 범선이 들락거리는 네덜란드 한 항구도시. 어느 날 조선인 남자와 유구국 상인 일행이 범선을 이끌고 들어오면서 장대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자책 깊이 읽기]조선남자

16세기 말, 7년간의 임진왜란 광풍이 휩쓸고 간 피맺힌 조선 강토. 온몸으로 전란을 치른 조선남자는 왜 먼 네덜란드까지 가게 된 것일까?

조선남자는 배가 항구에 들어갈 즈음부터 낯선 화가의 알 수 없는 요청을 받게 된다. 그로 인해 미술사에 길이 남을 이 역사적 드로잉이 탄생하는 배경을 맞는다.

이 만남 끝에는 인간의 욕망과 배신을 축으로 하는 악의 요소와, 사랑과 우정과 신성(神性)을 또 다른 축으로 하는 선의 요소가 맞부딪친다. 소설 속 사건은 거침없이 역사적 담론을 향해 흘러들어간다.

먼 서양까지 가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 조선남자, 과연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서스펜스와 모험, 음모와 배신, 사랑과 우정의 대서사시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서양인이 그린 최초의 조선인이라는 이름을 붙일만한 루벤스의 드로잉〈조선남자〉는 크기로만 보면 소품에 불과하다. 하지만 무게감은 결코 작지 않다. 루벤스가 언제, 무슨 이유로 이 남자를 만나 이 그림을 그렸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작가는 이 그림 한 장을 바탕으로 거대한 리얼리티를 구현한다. 끝없는 대양과 높은 태양, 그 아래 욕망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가는 조선남자 이야기를 통해 인간 구원 문제와 역사의 질곡을 짚어본다.

전경일 지음. 다빈치북스 펴냄. 6700원.

제공:유페이퍼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