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W유지관리 요율 정상화 필요하다

1988년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가격은 5000만원이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시세가 거론되며 다시 화제가 됐다. 현재는 10억원이 넘는다. 20배가 올랐다.

비트컴퓨터가 30년 전 개발 공급했던 의료보험청구 프로그램 공급가는 3000만원이다.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따지면 6억원 정도다.

프로젝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현재 비슷한 소프트웨어(SW) 공급가는 2억~4억원 수준이다. 30년 전의 절반이다.

SW유지관리 요율은 더 심각하다. 조현정 한국SW산업협회장이 30년 전 SW유지관리 요율을 공개했다. 당시 계약했던 요율은 월 3%, 연간 36%다.

현재 SW유지관리 요율은 공급가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SW 공급가격 하락에 유지관리 요율 하락을 고려하면 30년 전 20% 수준에 불과하다. SW 생태계 공멸을 우려할 수준이다.

SW유지관리 요율이 낮아지기 시작한 것은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SW 유지관리 서비스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저가 경쟁을 부추겼고 업체들도 무리한 출혈경쟁으로 유지관리 요율을 낮추는 빌미를 제공했다.

정부가 2017년까지 공공기관 SW 유지관리 요율을 15%까지 단계적 인상하기로 했지만 현장에서 업체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 30년 전 자료를 공개한 것은 이런 갑갑한 마음이 반영된 결과다. 대안으로 도로공사 등에 적용된 민간투자방식 도입도 제안했다. 관련 정부부처가 검토해볼 만하다.

하지만 다양한 제도 마련 이전에 SW 생태계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30년 전 SW유지관리 요율은 공급업체와 사용기관 간 합리적 논의로 결정했다고 한다. 단순한 SW유지가 아닌 환경변화에 맞는 성능 개선이 포함돼 적정 대가를 지급한다는 인식이 바탕이 됐다는 설명이다. 30년 전부터 이미 답은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