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침해했어도 공동발명자는 보상금 받을 수 있어””

영업비밀을 침해한 사람도 해당 직무발명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공동발명자에 해당한다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제조업체에 근무하던 홍 씨는 지난 2006년 다른 업체에 납품할 ‘코팅장치’를 새로 개발, 회사 대표 김 씨 이름으로 특허를 취득했다. 2005년부터 회사 설계팀장으로 근무하던 홍 씨는 2007년 10월 회사를 그만두면서 원 제조업체 영업비밀인 ‘코팅기계 설계도면’을 몰래 반출하였고, 경쟁사에 입사한 뒤 설계도면을 활용해 기계를 제작, 판매했다. 결국 홍 씨는 해당 범죄사실이 발각돼 기소되었고, 법원으로부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후 홍 씨는 김 씨 이름으로 등록된 특허 내용인 발명이 홍 씨의 직무발명이고, 회사와 직무발명 승계약정을 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 홍 씨가 퇴사 직후 몰래 김 씨가 김 씨 명의로 특허출원한 것이라며, 직무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홍 씨가 김 씨 회사 설계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코팅장치 설계도 제작과 개발 업무를 담당해 온 점 △김 씨 회사에 슬롯다이 코팅장치를 발주한 업체와 슬롯다이 코팅장치 제작과정에서 진행한 기술 회의에 홍 씨가 김 씨와 함께 혹은 단독으로 참석해 기술적 문제에 대해 협의를 진행해 온 점 △원고가 발주 업체로부터 요청받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무 작업을 수행한 점 △원고가 실무 작업을 통해 개발된 해당 발명이 김 씨가 보유해온 슬롯다이 코팅장치 도면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홍 씨가 해당 발명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공동발명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또 관련 형사사건에서 홍 씨에 대해 김 씨 회사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였더라도, 영업비밀과 특허 내용인 발명 범위나 내용이 반드시 동일한 것이 아니고, 공동발명자 사이에서도 영업비밀 무단 사용, 공개로 인한 침해가 가능하므로, 홍 씨를 공동발명자로 보는 것이 홍 씨에 대해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한 것과 모순되는 것은 아니므로, 공동발명자 지위인정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이처럼 홍 씨가 김 씨와 공동발명자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 김 씨가 홀로 특허출원을 진행한 것은 홍 씨의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 것이고,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로 김 씨에게 총 43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영업비밀 침해자 지위와 직무발명자라는 지위가 양립가능하고 모순되지 않는 것임을 전제, 발명당사자가 기업 영업비밀을 침해했더라도 직무발명자에 해당한다면 이에 따른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최초 사례이다. 이 사건을 진행한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는 “본 판결은 직무발명 귀속에 대한 약정이 없더라도 해당 직원의 직위, 담당업무, 업무진행 과정, 회사 기술보유현황 등을 고려해 직무발명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고, 영업비밀 침해자라고 할지라도 직무발명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아 직무발명자의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 침해를 인정한 사례로, 앞으로 직무발명 분야에서 다양한 선례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