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기사들이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긴 가운데 ‘2015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전이 8일부터 10일까지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다.
스무 번째 주인공을 가리는 올해 대회는 중국 랭킹 1, 2위인 커제 9단(18)과 스웨 9단(24)이 맞붙는다.
한국 기사가 빠진 결승전은 이 대회 사상 두 번째이자 2009년 이후 6년만이다.
한국은 중국보다 많은 15명이 본선 32강에 오르는 쾌조를 보였다. 하지만 전기 우승자 김지석이 16강에서, 랭킹 1위 박정환이 8강, 이세돌 9단마저 4강전에서 커제에게 패했다.
결승에 오른 커제 9단은 지난 10월 생애 첫 1위에 올랐고 스웨 9단은 16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둘은 한국기사들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젊은 강자이기도 하다.
중국 바둑팬의 관심이 지대한 만큼, 중국 국영방송인 CCTV는 이례적으로 이번 삼성화재배 결승대국을 3일간 생중계하는 등 이미 축제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승전은 중국 바둑계 처음으로 두 번째 세계대회 우승 타이틀을 차지하는‘90후(90년대 이후 출생)’ 기사가 탄생한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에선 후지쓰배(2011년)와 LG배(2014년)를 차지한 박정환 9단이 두 개 세계대회를 차지한 유일한 ‘90후 기사’다.
1997년생인 커제는 올해 초 백령배 세계바둑오픈을, 1991년생인 스웨는 2013년 LG배 세계기왕전을 각각 자신의 첫 세계 타이틀로 장식했다. 세계 바둑계 중심 세력이 80년대생에서 90년대생으로 정착돼 가는 시기에 중국 90후 기사의 두 번째 우승은 한국 바둑계로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은 “삼성화재배에서 한국기사들이 모두 탈락해 당황스러웠던 게 사실이지만, 다른 세계대회서는 한국기사들이 모두 결승에 올라 아직까진 한·중의 전체적인 실력은 팽팽하다고 볼 수 있다”며 “단지 중국에선 수준급 젊은 기사가 많다는 게 불안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양 총장은 결승 전망에 대해 “커제가 5.5 대 4.5로 약간 우세하다고 볼 수 있지만, 결과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커제가 우승하면 세계 1인자 위상을 굳히게 되는 대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배 결승은 처음인 커제와 스웨는 지금까지 세계대회에서 딱 한 차례 맞붙었고 2013년 이 대회 16강에서 스웨가 불계승했다.
중국 바둑리그인 올해 갑조리그에선 지난달 24일 현재 커제가 14승5패, 스웨가 12승8패를 기록 중이다. 현재 보유 타이틀은 커제가 4개, 스웨는 없다.
창설 20년을 맞이한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총상금 규모는 8억원, 우승상금은 3억원이다. 그동안 한국 12회, 중국 5회, 일본이 2회 우승했다.
나성률 전자신문인터넷기자 nasy2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