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PC를 구입하기 위해 전자제품 매장을 찾았다. 가장 먼저 삼성, LG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가격이 비싸 저렴한 것을 보여 달라고 직원에게 요청하니 몇몇 국내업체 제품도 소개한다. 이렇게 둘러본 가게가 동네에서만 다섯 군데다.
노트북PC 하나 사는 데도 다섯 곳이나 돌아다닐 정도니 서버나 스토리지를 구매하려면 수십 곳에 가야 할 듯하다. 아무것도 모르니 우선 다들 쓰는 HP, IBM, EMC 제품을 먼저 볼 것 같다. 예산이 맞지 않으면 델, 레노버, 화웨이 제품도 알아본다. 국산제품도 있다는 영업사원 말에 한번 보기는 하지만 영 미덥지 않다. 써보지 않은 제품이다.
서버·스토리지가 최근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됐다. 이달 최종 고시되면 내년부터 공공조달 시장에서 2.5㎓ 이하 x86서버와 100테라바이트 이하 스토리지는 국내 중소기업만 공급한다. 95%에 육박하는 공공시장 외산제품 점유율을 낮추는 게 목적이다. 국내 중소기업도 육성한다.
업계 바람대로 외산업체가 독차지했던 1400억원 공공조달시장이 열렸다. 축제 분위기인 국내 중소업계와 달리 고객인 공공기관은 불안하기만 하다. 사실 그동안 써본 적이 거의 없다. 더 문제는 어떤 제품이 있는지도 모른다. 장비 도입할 때부터 국내업체 제품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기자에게 중소 서버업체가 몇 개나 있는지 묻는 발주 담당자를 보면 오죽 답답하겠나 싶다. 일개 노트북도 다섯 군데나 둘러보고 사는데 수백만원 하는 서버는 고민이 더 크다. 당장 내년부터 구매해야 하는데 정보는 거의 없다.
정부 무관심도 문제지만 중소 컴퓨팅 장비업계 홍보 활동이 아쉽다. 한국컴퓨팅산업협회를 비롯한 관련 업체들은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 많이 노출될수록 외산 업체 공격 대상이 된다는 이유다. 이슈가 공론화되면 반박 논리가 약해진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많은 기관은 여전히 국내 중소 서버·스토리지 업체가 어디인지 모른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중소 컴퓨팅 장비 업계가 먼저 나서야 할 때다. 잦은 ‘스킨십’으로 기업과 장비 신뢰성을 보장해야 한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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