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관 이상 연봉제 시행…공정한 성과평가 숙제로 남아

정부가 연봉제 적용대상을 4급에서 5급으로 확대한다. 사진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모습. <전자신문DB>
정부가 연봉제 적용대상을 4급에서 5급으로 확대한다. 사진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모습. <전자신문DB>

“현 공무원 승진 시스템이 영구히 지속된다고 베팅하는 사람은 반드시 실패한다. 이제 공무원 값어치가 매겨질 것이다.”(이근면 인사혁신처장)

“연봉제로 바뀐다고 크게 달라지겠나. 지금 연봉제 적용받는 과장급 임금도 결국 평균 수준으로 수렴되더라.”(중앙부처 사무관)

7일 정부가 공무원 보수체계 전면 개혁에 나섰다. 갈 길이 멀다는 시각도 있다. 일선 공무원은 개편 취지에 동의한다. 한편에선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며 회의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대국민 담화에서 공무원 임금체계를 능력과 성과에 따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가 곧바로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민간 전문가만 뽑는 경력개방형 제도와 능력·성과 중심 인사관리 방안을 내놓았다. 월급쟁이에게 가장 민감한 ‘밥통’을 건드렸다.

앞서 이 처장은 지난달 인사혁신처 출범 1년을 맞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지를 피력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호봉과 직급이 올라가는 체계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성과평가를 바탕으로 저성과자를 선별, 관리하는 것이 능력 있는 공무원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5급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한 사무관은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과장, 국장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간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 사람에 따라 시간과 보직 차이는 있지만 음주운전·비리 등 과오가 없으면 어느 정도까지 진급한다는 뜻이다.

인사혁신처는 보수체계 개편 방안으로 공무원 무사안일주의에 메스를 댔다. 내년 과장뿐 아니라 과장 후보자인 복수직 4급에도 연봉제를 도입한다. 2017년에는 사무관(5급) 전체에 적용한다.

공무원하면 떠올리던 이른 바 ‘철밥통’을 깬다. 성과가 없으면 진급도 없다. 성과가 적으면 보수가 오르지 않는다. 달리 말해 성과를 내는 공무원만 직위와 월급을 올린다. 누구나 비슷하게 따라가던 호봉제와 단절한다.

‘혁신처’가 일방적, 하향식(top-down) 인사개혁이 양방향, 상향식(bottom-up) 조직문화 혁신으로 이어지려면 숙제가 많다.

일선 공무원은 어떤 평가 시스템을 구축할지에 관심이 높다. 정부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과 다르다. 목표를 설정하기도, 결과를 평가하기도 어렵다. 그간 4급 이상 공무원에 연봉제가 적용됐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다. 목표와 결과가 모호하니 과감한 보상체계가 자리 잡지 못했다. 인사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 문제없는 수준으로 맞춰 나갔다.

보수체계 개편안이 자리 잡으려면 평가시스템 공감대 형성이 먼저다. 내년부터 연봉제를 적용받는 중앙부처 A 서기관(복수직 4급)은 “일 잘하는 사람 월급 더 준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며 “문제는 개인별 성과를 명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잦은 자리 이동도 문제다. 기획안을 만든 공무원과 이를 수행한 사람, 평가 받는 사람이 다를 수 있다. 어떤 보직은 1년에 두 세 차례 바뀌는 일도 있다. 전문성도 없고, 나아가 해당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사람도 많다. 인사혁신을 하려면 순환보직제도 깨야 한다.

2017년 연봉제 전환 대상인 B 사무관은 “정부가 연봉제 적용계획을 발표했지만 체감효과가 크지 않다”며 “정부 업무 특성상 개인별 업무 평가 결과에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답변하고 있다.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답변하고 있다.

인사혁신처도 평가 시스템 중요성을 인지했다.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은 “연봉제 적용과 관련해 성과평가 기준을 개정한다”며 “명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한 성과 평가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