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할당 방식이 결정되면서 이동통신 업계 관심은 내년 주파수 경매로 모였다. 이통사는 주파수 효율성이 높은 대역에서 상하향 각각 20㎒ 폭인 광대역 주파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때에 따라 추가 광대역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통사도 나올 수 있어 벌써부터 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정부는 총 140㎒ 폭을 경매에 내놓는다. 2013년 경매에서 총 90㎒ 폭에 이통사가 지불한 대가는 2조4289억원이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경매 총 대가는 최소 3조원 이상이다. 주파수는 이통사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건곤일척’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광대역 확보에 사활
내년 경매에 나올 대역은 2.1㎓(20㎒ 폭), 700㎒(40㎒ 폭), 1.8㎓(20㎒ 폭), 2.6㎓ 또는 2.5㎓(40㎒ 폭), 2.6㎓(20㎒ 폭) 등 총 140㎒ 폭이다. 제4 이통 선정이 불발로 그친다면 2.6㎓ 40㎒ 폭이 경매에 나올 공산이 크다. 제4 이통 선정 시에는 2.5㎓와 2.6㎓ 중 제4 이통이 쓰지 않는 주파수가 경매 대상이다.
최대 관심사는 이통사별 추가 광대역 주파수 확보다. SK텔레콤과 KT는 1.8㎓ 대역에서, LG유플러스는 2.6㎓에서 각각 광대역 주파수를 운용한다. SK텔레콤은 2.1㎓에서 추가 광대역을 확보했지만 계속 사용할 수 있을지는 경매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단방향 20㎒ 폭인 광대역은 5㎒나 10㎒ 폭인 협대역보다 주파수 용량이 높다.
광대역을 많이 확보하면 할수록 속도가 높아지고 트래픽 폭증 대비가 용이하다. 고객 서비스 품질도 높아진다. 10㎒+10㎒+20㎒ 폭으로 서비스되는 이통사 3밴드 주파수집성(CA)을 10㎒+20㎒+20㎒로 업그레이드해 최고 375Mbps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롱텀에벌루션(LTE)에서는 10㎒ 폭당(내려받기 기준) 75Mbps 속도가 난다. 국제 표준화단체 3GPP에 규격에 따르면 CA를 통해 묶을 수 있는 주파수는 20㎒ 폭씩 최다 5개다. 즉 CA로만 최고 750Mbps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안테나 기술 등을 사용해 1Gbps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는 게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중 하나로 거론된다.
변수는 제4 이동통신 출범 여부다. 정부는 제4 이동통신에 2.5㎓뿐만 아니라 2.6㎓도 선택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췄다. 2.6㎓는 700㎒와 함께 광대역 주파수 후보군으로 꼽혀왔다.
재정적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제4 이동통신이 출범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만일 제4 통신이 사업허가를 받고 2.6㎓를 선택한다면 기존 이통사는 광대역 주파수 하나를 잃게 된다. 다른 대역에서 혈전이 불가피하다.
◇2.1㎓ 격전 예고
가장 치열한 경쟁은 2.1㎓에서 펼쳐진다. SK텔레콤이 LTE용으로 쓰는 40㎒ 폭 중 20㎒가 경매에 나온다. 이통 3사 모두 이 대역에서 LTE 주파수 20㎒를 운영하고 있다. 누가 가져가든 CA 기술로 묶어 광대역 주파수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대역에서 LTE 서비스를 진행하는 SK텔레콤은 매몰비와 신규 투자비 발생을 언급하며 해당 대역 재할당을 주장했다. 이번 경매에서도 필승 전략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상황이다.
2.1㎓ 대역은 저주파는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공통 대역이다. 단말 수급과 국제 조화가 유리하다. 이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매 가격이 1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700㎒와 2.6㎓는 이통사가 2.1㎓ 차선책으로 생각하는 대역이다. 700㎒는 저주파 특성상 회절률이 높고 전파 도달거리가 길다. 700㎒ 커버리지가 2.6㎓의 7배라는 보고서도 있다. 전국망으로 활용하면 그만큼 투자비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재난망 본사업을 수행할 이통사가 확보하면 원가절감과 운영 측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이통 3사가 이미 전국망을 다 구축했기 때문에 우수한 전파 특성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적으로 이제 막 통신용으로 분배가 시작돼 단말이나 장비 조달 이슈가 생길 수도 있다.
2.6㎓는 SK텔레콤과 KT가 관심을 가질 만하다. 40㎒ 폭을 사용하는 LG유플러스는 주파수 활용 포트폴리오 면에서 2.6㎓를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6㎓는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대역으로 글로벌 조화와 단말 조달이 유리하다. 전제조건은 제4 이통이 출범하지 못하거나 출범하더라도 이 대역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다.
이외에 1.8㎓는 협대역(단방향 10㎒ 폭)이 매물로 나오지만 해당 대역에서 광대역을 쓰는 SK텔레콤과 KT가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2.5㎓ 시분할 롱텀에벌루션(LTE-TDD) 대역이 경매에 나올지도 관심사 중 하나다.
◇효율성과 공정성이 경매 핵심
미래부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주파수 경매계획 설계를 시작했다. 사전 검토를 진행해오다 2.1㎓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급물살을 탔다. 내년 1월까지 계획(안)을 마련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업계 의견을 수렴한다. 3월 초 경매계획을 확정·공고한 후 주파수 할당 신청을 접수, 4월 안에 모든 경매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부 주파수 경매계획 핵심은 ‘효율성’과 ‘공정성’이다. 주파수 경매는 해당 대역이 가장 필요하면서 효율적으로 사용할 이통사에 적정 가격으로 주파수를 할당하는 게 목적이다. 과열을 막으면서도 정부와 이통사 모두 실리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공정한 게임의 규칙은 필수다. 주파수는 이통사 사업 전략과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매는 국가 재정 확보 수단이기도 하다. 공정성이 전제가 될 때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권영선 KAIST 주파수와 미래 연구센터 센터장은 “지나친 과열보다는 업체 간 ‘담합’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며 “담합으로 경매가가 적정가격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승자의 저주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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