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5년내 친환경차 100만대 보급…동기부여형 정책으로 구매 유도해야

[이슈분석]5년내 친환경차 100만대 보급…동기부여형 정책으로 구매 유도해야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포함 친환경차 100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전기에너지 비중이 10~20% 수준인 하이브리드(HEV)차 82만대와 수소차 9000대를 포함해 전기차로 분류되는 순수전기차(B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각각 20만대·5만대 보급하겠다는 목표다.

배터리 등 고성능 친환경차 부품 연구개발(R&D) 사업을 포함해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 신설, 차량 구매 보조금 지원 등 보급 전략도 세웠다. 380만톤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에 맞춘 그림이다.

주행 성능 등 친환경차 핵심기술 고도화로 산업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정작 소비자 시장을 견인할 과감한 전략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미국과 유럽은 세금 혜택 등 금전적 지원수준을 넘어 전기차 전용도로·전용주차장뿐 아니라 내연기관 차량 판매량 규제 등으로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금전적 지원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과감한 정책적 변화 없이 100만대 보급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선진국 수준 보급정책 ‘첫 발’

국토교통부는 신규 공동주택에 전기차 전용 주차 구역 설치 의무화를 추진한다. 또 전기차 전용 번호판을 부여하기로 했다. 공공시설 주차 등 차별화된 지원책도 내놓을 방침이다. 차량 구매 보조금만 지원했던 지금까지 정부 정책이 시장 활성화를 부추길 동기부여형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2012년부터 전기차 보급에 나선 환경부와 지난해부터 전기차 민간사업에 나선 산업부에 이어, 국토부까지 친환경차 보급에 가세한 첫 사례다.

국토부는 충전인프라 확대를 위해 향후 신규 건설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전기차 충전기를 포함한 전용 주차면 확보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비중이 높아 단지 내 다른 주민 반대로 충전기 설치장소, 주차면을 확보하지 못해 전기차 구매를 망설여온 소비자에게 단비가 될 전망이다.

전용 번호판을 부여해 공공 주차시설이나 일반 유료도로 통행료 할인 등 지원을 검토한다. 친환경차 운전자만 누릴 수 있는 교통인프라 혜택을 부여하면서 친환경차 구매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도 2020년까지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정부는 새해 수소차 구매보조금 2750만원을 포함해 순수전기차(BEV)에는 1200만원,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하이브리드(HEV)차에 각각 500만원, 100만원씩 보조한다. 순수전기차를 구매하면 개인 전용 충전기(완속)와 설치비 등 총 400만원을 지원한다. 산업부도 제주지역 대상 전기차·전기버스 민간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중고 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하는 튜닝산업 지원에도 나설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건물 등에 전기차 전용 주차면을 확보해 준다면 전기차 구매를 망설였던 신규 고객이 늘어날 것”이라며 “신축 건물뿐 아니라 선진국처럼 일정규모 이상 공공시설물이나 유명관광지 공공주차장으로 확대한다면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업체 동참 없이는 힘들다

이번 범정부 친환경차 보급 계획에는 국토부 정책 참여 말고는 시장을 부추길 새로운 대안이 거의 없다. 정부는 지난 2009년 ‘글로벌 전기차 4대 강국’ 비전을 선포하고 2012년부터 현재까지 약 6000대 전기차를 보급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3만대 이상을 채워야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충전인프라 부족과 전기차 주행거리 불안, 비싼 차량 가격 등이 보급 걸림돌로 꼽히지만 관련 업계는 물질적 지원책에만 집중하는 정부 정책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은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합쳐 최고 2300만원이나 된다. 웬만한 일반 내연기관차 차량 가격과 맞먹는다.

반면 미국은 탄소배출차량(ZEV) 규제책을 써 매년 완성차업체 전체 판매 물량의 일정분을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판매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막대한 금전적 패널티를 물게 된다. 유럽도 내연기관차 종량제 등 ZEV와 유사한 규제뿐 아니라 전기차 버스전용차로 주행 허용이나 특정 도심지역에 전기차만 달릴 수 있는 전용도로 도입 등 ‘착한 규제’로 보급률을 높이고 있다.

일본 토요타는 ‘프리우스’나 ‘캠리’뿐 아니라 ‘라브4’ ‘아발론’ 등 기존 모든 내연기관 모델을 HEV와 PHEV 모델로 교체해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 정부 규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다. 폭스바겐 등도 내년 전기차 가격을 올해 대비 5~10%가량 내리며 친환경차 시장점유율 늘리기에 혈안이다. 국가별 환경 규제에 따라 완성차 업체 시장 전략 무게중심이 친환경차로 쏠리는 이유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매년 우리 정부의 높은 보조금 지원탓에 일부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한국에서 차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며 “금전 지원만으로는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게 없는 만큼 미국·유럽처럼 동기부여형 착한 규제나 일시적으로라도 친환경차 우대 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