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창의적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 위에 있으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2 출시 설명회 때 했던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산업계에 인문학 바람이 불고 있다. 벤처 CEO들 사이에서 인문학은 이과·문과 출신을 떠나 갖춰야할 필수 소양이 된지 오래다. 이근우 청원미학역사연구소장은 빠르게 발전하는 산업사회에서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술 발전을 문화가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부작용이 이미 많은 곳에서 나타난다고 우려한다.
![[人사이트]이근우 청원미학역사연구소장 “혁신은 기술과 인문학의 상호작용서 나온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5/12/08/article_08161407514086.jpg)
“정신이 없는 물질은 흔들립니다. 마찬가지로 문화가 배제된 기술은 편리함과 속도, 쉬운 것만 추구하게 되며 기술의 비인간화 문제를 야기합니다.”
이 소장은 지금 우리 사회와 산업 전반에서 교양 수의 상승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은 그 결과물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하고, 또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 균형이 무너진 사례로 SNS와 같은 인터넷 환경을 언급한다. 엄청난 속도로 발전한 우리나라의 인터넷 환경은 기술적 발전과 부를 이뤘고, 우리에게 편리성을 가져왔지만 이를 악용한 비방과 욕설, 사기행각 등 부작용을 낳았다.
이 소장은 기업과 학교, 가정 등 사회 전반에서 배려와 예절에 대한 재조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본과 기술만 중시되는 사회 풍토에서 성장한 학생이 사회 일원이 돼 다시 자본만을 추구하는 사업을 벌이는 악순환을 만들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그가 기업과 공공기관, 지자체 강연을 발로 뛰면서 역사와 미술, 인문학 관심을 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인 사이에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에 대해 당연하다고 했다. 사업과 경영 모든 것이 사람과 관계에서 시작하는 만큼 사람을 고용해 제품을 만들고 이를 팔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인문학적 스킬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하버드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었습니다. 그가 페이스북을 만든 계기도 결국 따져보면 인간관계 확장에서 비롯됐습니다. 제조업 발전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IT산업이 우리 경제를 지탱하지만 여기에 인문학적 기반이 없다면 사상누각과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기업인에게 권하는 인문학 공부 첫걸음은 역사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이 있듯 역사를 많이 알면 처세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가늠도 할 수 있는 식견이 생긴다. 기업인이라면 세계사 공부는 필수다. 글로벌 영업에 그 나라와 역사, 주변국과 관계를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이 소장은 “왜 IS(이슬람국가)라는 조직이 생겼는지, 우크라이나 사태 배경은 무엇인지, 버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등 해외 영업에서 세계 역사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다면 엉뚱한 피해를 보는 일이 적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압축 성장을 하면서 문화적 소양은 미흡했다”며 “앞으로 산업을 발전시킬 기업인과 연구자가 인문학적 관심을 계속해 문화가 담겨있는 제품과 기술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