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대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은 3.0%를 제시했지만 사실상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민간 연구기관 대다수가 내년 2%대 성장을 예상한데 이어 국책연구기관까지 비슷한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정부와 일부 국제기구만 3%대를 낙관하는 상황이다.
KDI는 9일 ‘경제전망’ 자료에서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각각 2.6%, 3.0%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제시한 수치보다 각각 0.4%P, 0.1%P 낮춘 수치다. KDI는 지난해 12월에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3.5%로 예상한 바 있다.
KDI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0%로 내놨지만 사실상 2%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번 내놓은 수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 3.6%를 전제로 추정했는데 실제 3.6%를 하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IMF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속 하향조정하고 있으며, 2016년 전망치도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라며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3.1%) 수준에 머무르면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은 2.6%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G2 리스크(중국 경제 불안, 미국 금리인상)가 추가 하방위험으로 작용해 우리 경제 성장세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급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성장세가 급락하면 우리 경제 성장세도 큰 폭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금리인상이 신흥국 금융위기로 이어지면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KDI가 사실상 내년 2% 성장을 예상하면서 정부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내외 민간 연구기관 대다수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대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 2.7%, 한국경제연구원 2.6%, 현대경제연구원 2.8%, 노무라증권 2.5%를 제시했다. 정부(3.3%)와 한국은행(3.2%), IMF(3.2%), OECD(3.1%)는 3%대를 예상했다.
하지만 KDI 예상대로 IMF가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면 우리나라도 3%대를 유지하지 못 할 가능성이 높다.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6%로 하향 조정한 것은 5월 발표 당시 예상 못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경기가 침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내수가 완만하게 회복되지만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는 메르스 여파 등이 없어지며 회복세를 지속하지만 가계소득 비중 감소, 기대수명 연장 등 구조적 원인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0.7%)보다 소폭 확대된 1.4%의 낮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평가다.
이날 기획재정부도 ‘최근 경제동향’ 자료에서 “소비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수출 부진으로 생산·투자 회복은 지체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이 부진하고 중국 경기둔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파리 테러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위험요인이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KDI는 앞으로 재정정책은 건전성 제고에 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했다. 통화정책은 당분간 지금의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원금 분할상환을 적극 유도하고 거시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중장기 시각에서 구조개혁이라는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며 “단기적 처방은 이미 많은 정책이 제시돼 더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KDI 경제성장률 전망 변화(자료:KDI)>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