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EQ900’을 출시하면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본격 출범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그간 ‘품질경영’, ‘제값받기’ 등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해 노력해 온 결과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글로벌 고급 브랜드로서 육성시킨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고급차 시장이 대중차보다 성장속도가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지난 11월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했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와 현대차에 따르면 전 세계 고급차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마무리된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판매 증가율(CAGR 기준) 10.5%를 기록했다. 대중차 시장 증가율(6.0%)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 발표 이후 처음으로 공식 출시한 EQ900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럭셔리 세단 개발’이라는 목표 하에 완성된 야심작이다. 차명은 기존 초대형 플래그십 세단이 축적해온 위상과 헤리티지를 존중한다는 의미의 ‘EQ’,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상위 라인업과 완성·절정을 의미하는 숫자 ‘9’, 그리고 최고급 세단의 차별적 위엄을 고려해 EQ900으로 정해졌다.
현대차는 내년 1월 ‘북미국제오토쇼(NAIAS 2016)’에서 EQ900(현지명 G90)을 미국시장에 처음 공개하고 제네시스 브랜드도 동시에 선보인다. 상반기 중으로 중대형 세단 제네시스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인 ‘G80’까지 출시해 제네시스 브랜드 운영을 본격화 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로 △미국 럭셔리카 시장 점유율 상승 △현대차 미국 판매량 증가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의 올해 1~3분기 미국 판매량은 57만8000여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보다는 3.7%가량 늘었지만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 성장률(5.0%)에는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반면 같은 기간 제네시스 모델 미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8.2%가량 증가한 2만726대를 기록했다. 동급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다만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렉서스(LEXUS)’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렉서스는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로, ‘미국으로 수출하자(Let`s Export US)’라는 말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알려질 만큼, 미국 시장에 특화된 브랜드다. 대중차에서 분리된 고급 브랜드라는 점도 제네시스와 비슷하다. 1989년 대형 세단 LS400을 출시한 이후, 현재 미국 럭셔리카 시장에서 연간 30만대 이상 판매하고, 제품만족도 1위를 매년 기록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에쿠스를 합쳐 연간 8만여대만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의 주무대는 미국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체”라며 “국내와 북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후, 중국과 유럽 등 다른 나라에도 진출하고 향후 SUV, 세단 등 다른 차종도 출시해 글로벌 고급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류종은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