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해 1월 출시한 휴대형 포토프린터 ‘포켓포토 헬로키티 에디션(키티포포)’은 지난 2년간 6만대가 판매됐다. 당초 1만5000대 한정판으로 기획됐지만 예상 밖 판매호조에 방침을 바꿨다. 제품을 기획한 유하나 LG전자 과장은 “‘내가 사고 싶은 제품을 만들자’는 생각이 기획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키티포포는 LG전자와 유 과장에게 도전이었다. 글로벌 종합전자회사가 특정 캐릭터와 협업해 제품을 내놓은 전례가 드물었던 데다 성공 가능성에 의문도 뒤따랐다. 키티 얼굴 파우치, 선물세트형 제품 포장 등 키티포포의 특징은 LG전자가 가지 않았던 길이었다.
하지만 ‘키티 마니아’ 유 과장은 “좋아하는 것에 적극 소비하는 2030 소비자에게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당위성을 설득했다. 무작정 산리오코리아를 찾아 기획안을 설명했다. 산리오는 41년간 다양한 제품을 기획·출시한 경험을 살려 LG전자와 손을 잡았다.
제품 출시까지 반년 이상 걸렸다. 파우치는 출시를 2개월 미루는 초강수를 두며 만들었다. 키티 눈의 위치, 리본 속 솜의 양 등 세밀한 부분까지 맞췄다. 한국, 중국, 대만 등 각국 산리오 법인과 협의하며 라이선스권을 획득했다. 사내에서는 상품기획 여성 직원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해 소비자 취향을 반영했다.
키티팬이 만든 키티포포는 ‘예쁘면 산다’는 기획을 입증하며 흥행했다. 12만9000원인 일반모델보다 5만원 더 비싸지만 12월 현재 한국, 중국, 대만에서 판매된 포켓포토 총수량 중 10%를 점유한다. 2014년형 일반모델은 단종됐지만 키티포포는 계속 생산, 판매 중이다.
어릴 적부터 헬로키티와 자란 유 과장은 “키티는 질리지 않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한결같은 키티 이미지는 ‘평생을 함께하는 키덜트 문화 아이콘’으로서 향후 여러 디지털 제품과 매체에 협업할 수 있는 경쟁력을 입증했다.
유 과장은 키티포포에 대해 “제품 성공뿐만 아니라 키티를 사랑하는 틈새시장 확인이 큰 성과”라고 의미를 덧붙였다. LG전자의 기획·실행력과 산리오의 콘텐츠 경쟁력이 결합돼 새 시장을 개척했다는 뜻이다. 그는 “키티포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도전의 제품’”이라며 “키티가 IT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