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솜방망이 가이드라인` 악순환 끊어야

방송통신위원회가 결합상품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한 아홉 사업자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 10월 가이드라인 제정 후 첫 제재다. 4대 통신사업자와 5대 케이블TV 사업자가 모두 제재를 받았다. 허위·과장광고 가이드라인을 지킨 사업자가 한 곳도 없었다.

‘상품권 최대 지급’ ‘휴대폰 결합하면 인터넷이 공짜’ ‘위약금 전액 지원’ 등 사실과 다른 허위 광고가 여전히 난무했다.

가이드라인 제정 후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이다. 계도기간이 짧은 탓에 사업자마다 대처가 미흡했다는 변명이 나온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 제정 후 위반율이 소폭 감소한 것을 들어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가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재까지 예고했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를 온전하게 지킨 사업자가 하나도 없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정부 권위가 떨어진 것도 문제지만 비즈니스 성과를 위해 소비자 보호는 뒷전이라는 일그러진 단면이 읽힌다. 일종의 모럴 해저드다.

사업자가 정부 가이드라인을 우습게 여기는 건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법률로 제정됐지만 이를 어긴 사업자도 있었다. 정부 정책이 솜방망이가 된 것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과징금을 물어내는 것보다 허위광고로 소비자를 유치하는 게 더 남는 것이 현실이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 입장에서는 불법을 저지르는 유혹을 떨칠 수 없다. 실제로 첫 과징금 규모는 20억원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곳이 5억원 정도에 그쳤다. 이런 악순환을 끊지 않으면 방통위 낙관처럼 위반율이 점점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사업자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가이드라인이나 법을 지키지 않으면 규제 강도는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 허위·과장 광고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브랜드를 망가뜨린다. 편법보다 정공법이 통하는 경쟁 환경이 필요하다. 정부와 사업자가 다시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