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홈쇼핑 업계가 황금번호로 불리던 지상파방송 사이 ‘S급’ 채널 대신 종합편성(종편) 채널사용사업자(PP) 사이 ‘A급’ 채널을 노린다. 지상파방송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S급 채널 가치도 더불어 떨어졌기 때문이다. A급으로 분류한 종편, CJ E&M 계열 PP 등 유료방송 채널 시청률은 꾸준한 상승세다.
13일 유통·방송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 업계는 S급보다 채널 송출 수수료가 저렴한 A급으로 자리를 옮겨 비용 부담을 줄이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는 채널 등급을 S·A·B·C 네 등급으로 나눠 홈쇼핑 사업자에 제공한다. S는 지상파 채널 사이, A는 20번 이내 종편 등 인기 채널 사이를 지칭한다. B는 주요 채널을 제외한 20번 이내 번호, C는 20번 밖 채널이다.
홈쇼핑 업계는 S급 번호를 차지하고자 그간 경쟁을 벌였다. 시청률 높은 지상파 사이에 채널을 배치해 ‘재핑 효과’를 노렸다. 재핑 효과는 채널 전환 시 중간에 위치한 채널 시청률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주요 홈쇼핑 업체는 현재 유료방송 S급 채널대에 포진했다.
업계는 송출 수수료가 치솟으면서 A급 번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급과 A급 송출수수료 요율은 각각 전체 판매액 대비 15%와 10% 수준이다. 홈쇼핑이 한 해 수천억원 판매액을 기록하는 것을 감안하면 채널 등급에 따라 송출수수료만 수십억에서 수백억원 차이가 발생한다.
종편과 CJ E&M 계열 채널 시청률이 지속 상승하는 것도 A급 채널이 가진 경쟁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26%를 기록한 지상파 시청률은 올해 같은 기간 23.8%로 줄었다. 지난 2분기에는 20.9%로 떨어지면서 하락세를 지속했다. 반면에 종편 네 개 채널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2분기까지 꾸준히 시청률이 올랐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종편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A급 채널 홈쇼핑 매출은 S급 대비 80% 수준으로 상승했다”며 “투자대비수익(ROI)을 감안해 A급 이동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은 현재 S급 채널로 송출하는 홈쇼핑 사업자가 A급으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려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줄면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복합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가 기록한 매출 중 홈쇼핑송출수수료 비중은 33.3%다. 전년 22.9%에서 10%P 이상 수직상승했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종편 시청률이 초기보다 높아졌지만 지상파를 넘어설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S급 채널 홈쇼핑이 A급으로 이동하겠다고 요청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홈쇼핑업계가 내년부터 A급이나 B급 채널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N스크린, OTT 등이 대중화하면서 모바일 매출이 상승한다는 것도 채널 이동에 힘을 싣는다. 홈쇼핑 업계는 송출 수수료를 줄여 확보한 자금을 새 미디어 플랫폼에 투자할 예정이다.
홈쇼핑 관계자는 “매년 송출 수수료 부담은 커지고 매출은 현상 유지가 어렵다”며 “업계가 앞으로 S급 번호를 포기하고 새로운 플랫폼 진출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