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ASPICE 심사원 "부품업계 문화·언어 장벽 극복"

국제 기구에서 공인받은 한국인 최초 ASPICE 심사원이 한국 지역 대표 심사원으로 활동한다. 기존 한국 대표는 인도인 심사원이었다. 언어·문화 장벽을 극복해 우리나라 부품업체의 글로벌 완성차 회사 납품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됐다.

씨엔비스(대표 백재원)는 일본 비즈니스큐브앤드파트너스와 협약으로 채광호 선임심사원(Principal Assesor)에게 ASPICE 인증 심사를 맡긴다고 14일 밝혔다. 채 선임은 한국인 최초로 인탁스(Intacs)에서 공인받은 ASPICE 심사원이다.

채광호 ASPICE 선임심사원(Principal Assesor)
채광호 ASPICE 선임심사원(Principal Assesor)

인탁스는 ASPICE 심사원 자격을 인증·관리하는 국제기구다. 채 선임의 심사원 자격은 인탁스가 부여하는 최고 등급 자격이다. ASPICE 심사는 물론이고 심사원을 양성할 자격도 있다.

ASPICE(Automotive SPICE)는 ISO 15504를 바탕으로 유럽 완성차 업계가 제정한 자동차 소프트웨어(SW) 개발 표준이다. BMW, 볼보 등 유럽 회사는 레벨3 이상 인증을 요구한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채택 회사가 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 인증을 받지 못하면 납품을 할 수 없다.

최근 우리나라 부품 회사도 해외 완성차 회사 물량을 수주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ASPICE 인증 수요가 늘었다. 아직 레벨2 인증이 최고지만 장기적으로 레벨3 이상 인증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일부 개발 프로젝트에서 ASPICE 준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채 선임은 재일교포 3세로, 일본 회사 소속이지만 국적은 한국인이다. 인탁스가 지난해 한국 지역 대표(Region Representativ)로 지정했다. 인탁스 본부와 분기 별 정례 회의에 참석하며 표준 동향을 전파하고 우리나라 부품 업계 상황도 전한다.

무엇보다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해 언어와 문화 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인도인 심사원이 대표로 활동해 심사 과정에 불편이 있었다. 채 선임이 한국 대표 심사원으로 활동하면서 개발 문서를 일일이 영어로 번역하거나 심사 과정에서 통역을 붙일 필요가 없게 됐다.

채 선임 스스로도 우리나라 부품 업계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이 생활 터전이지만 귀화할 생각이 없다. 자녀에게는 직접 한국어를 가르친다.

채 선임은 “한국 회사가 ASPICE 인증 요구를 받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 완성차 회사들이 우리나라 부품을 많이 찾고 있다는 뜻”이라며 “한국 업체들이 ASPICE 인증을 받고 해외 수주를 따내는 것은 아주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