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유통업계가 신종 ‘블랙컨슈머’에 골치 아프다. 온라인 쇼핑몰 결제 시스템과 배송 서비스 간 허점을 악용해 불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악성 고객이다.
14일 온라인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배송 서비스와 환불 정책을 교묘히 이용해 상품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상품만 수령해 달아나는 악성 소비자가 늘고 있다.
통상 온라인 쇼핑몰 입점 판매자는 고객 주문을 받으면 송장번호를 쇼핑몰 서버에 입력한 후 상품을 배송한다. 구매자가 많아 주문이 밀리거나 신속배송 대상 상품은 송장번호를 입력하기 전에 먼저 상품을 출고한다.
신종 블랙컨슈머는 이 같은 시차를 악용한다. 해당 쇼핑몰 개인 페이지에서 출고 사실을 확인하고 판매자가 송장번호를 입력하기 전에 빠른 환불을 요청하는 수법이다. 피해 사실을 인지한 판매자가 해당 고객에게 연락해도 자신이 주문하지 않은 상품을 보냈다며 판매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판매자는 상품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악성 댓글, 고객 평가 등을 감안해 울며 겨자 먹기로 상품 회수를 포기하기 일쑤다.
한 온라인 쇼핑몰 입점 판매자는 “동일 고객이 수차례 같은 수법으로 상품을 받다가 발각된 사례도 있다”며 “악성 고객 탓에 온라인 상품 판매를 종료하는 방안도 검토한 적 있다”고 토로했다.
판매자 일각에서는 과도하게 고객에게 치우친 환불 제도가 신종 블랙컨슈머를 양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객 환불 요청이 접수되면 판매자에게 출고중지 등 별도 안내를 하지 않고 돈을 돌려주고 있어 선의의 피해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판매자는 “주문 두 건이 들어와 배송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고객 환불 요청으로 갑자기 한 건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사례도 있다”며 “해당 쇼핑몰에서는 주문 취소, 출고 중지 등 별도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은 배송 시스템을 악용하는 블랙컨슈머를 인지했지만 진퇴양난이다. 기존 결제 정책을 변경하면 소비자에게 모든 고객을 잠재적 범법자로 간주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 현행 정책을 유지하면 판매자가 악성 고객에게 피해를 본다.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고객 편의를 위해 마련한 환불 제도를 악용해 불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악성 주문 피해를 막으려면 판매자가 꼼꼼히 취소 요청 내역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에서 블랙컨슈머는 다양한 형태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불법으로 구매한 주민등록번호로 소셜커머스에 신규 가입해 할인 쿠폰을 받아 챙긴 악성 고객이 발각됐다. 반품요청을 받은 택배사에 문을 열어 주지 않고 쇼핑몰 고객센터에 끊임없이 전화만 하는 ‘관심 유발형’ 악성 고객도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 컨슈머가 유통업계에 입힌 손실은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유통업계가 공동으로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