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EQ900’ 중 가장 가벼운 모델 중량이 경쟁 모델 대비 270㎏가량 무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 향상을 위해 적용 비율을 높인 ‘초고장력강판(AHSS)’이 주 원인이다.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지만 무게 증가로 연비가 경쟁 모델보다 30%가량 떨어진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EQ900은 공차 중량이 1995~2215㎏으로 동급에서 가장 무거운 차량이다. 경쟁 차종인 BMW ‘7시리즈’보다는 최고 270㎏, 재규어 ‘XJ’보다 170kg 무겁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롱휠베이스(2180㎏)보다도 35㎏ 무겁다.
현대차는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초고장력강판 적용 비율을 에쿠스(16.3%)보다 3.2배 많은 51.7%까지 늘리면서 중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량 역시 에쿠스(1930~2065㎏)보다 65~150㎏가량 무거워졌다.
업계는 높은 강성을 유지하면서 경량화까지 확보하는 기술이 부족한 초고장력강판이 EQ900에 적용됐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EQ900의 초고장력강판은 현대제철이 공급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EQ900은 동급에서 가장 안전한 차량으로 개발하기 위해 초고장력강판 적용 비중을 늘리고 접착제도 에쿠스 대비 2배 넘는 200m를 적용했다”며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스몰오버랩(차체가 안전구조물을 빗겨나가게끔 충돌하는 시험)’과 동일한 자체 시험 결과, 최고 안전 등급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차체 무게와 안전성이 꼭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초고장력강판을 사용하면 차체강성을 높이면서 경량화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볼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90’은 인장강도가 80㎏f/㎟ 이상인 초고장력강판(UHSS)을 40%가량 적용하면서 차체 중량을 오히려 245㎏ 감량했다. IIHS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도 전체 항목 ‘G(최우수)’ 등급을 받으며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를 달성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제네시스 EQ900에 인장강도가 60㎏f/㎟ 이상인 초고장력강판(AHSS)을 적용해 경쟁 차종과 비슷한 수준의 강성을 구현하기 위해 철판 두께를 높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알루미늄, 마그네슘 합금 등 신소재를 적극 도입해 차체를 경량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BMW는 7시시리즈에 이피션트라이트웨이트 기술을 적용, 무게를 기존 모델보다 최대 130kg이나 덜어냈다. 경량화 핵심은 BMW i 모델에 적용된 카본코어 차체 구조에 있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강철, 알루미늄과 결합한 차체로 강도와 강성은 높이면서 무게를 줄였다. 재규어 XJ는 차체를 100%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조립도 용접이 아닌 항공기에 적용되는 ‘리벳 본딩’ 방식을 사용해 차체강성을 높였다.
류종은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