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한-체코 창조산업 MOU, 중유럽에 한류를 심다

[특별기고]한-체코 창조산업 MOU, 중유럽에 한류를 심다

지난 4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K팝 콘서트장은 그야말로 한류 위력을 실감한 무대였다. 체코는 물론이고 멀리 프랑스·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 등에서 달려온 1800여명 팬들이 샤이니·레드벨벳 공연에 열광했다. 그들은 한국어로 쓴 응원 플래카드를 들고 가수를 따라 ‘떼창’을 했다. K팝 공연과 함께 어우러진 연희단꼭두쇠 사물놀이, 사자춤 등 우리 전통놀이에도 넋을 잃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중유럽은 한류 불모지에 가까웠다. 그러나 K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체코를 포함한 슬로바키아·폴란드·헝가리 등 비세그라드 그룹(4국)에 한류 팬이 16만여명에 이를 정도로 달라졌다. 아시아 한류 열기와는 무관하게 여겨졌던 중유럽에서도 조금씩 우리 콘텐츠 매력과 가치가 인정을 받고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한 셈이다.

사실 중부 유럽권은 문화콘텐츠 수출 사각지대였다. 영국·프랑스 등 서유럽 지역보다 지리적·문화적으로 진입이 어려웠다. 복잡한 지역 상황으로 속도도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이 매개체가 되면서 K팝을 중심으로 한 한류 매력이 단숨에 그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프라하에서 열린 K팝 콘서트가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불은 붙었다. 앞으로 과제는 그것을 더욱 활활 타오르게 할 촉매제다.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부 유럽을 순방하면서 체결한 한국·체코 문화부 간 창조산업교류 및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 교환이 토대와 역할을 할 것이다. 음악·공연, 시각예술·박물관·미술관, 도서관·공예·건축·미디어·시청각물,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교류와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노력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과도 맥을 같이하는 성과라 할 수 있다. 단일경제권을 목표로 유라시아 국가 간 교통·물류·에너지 등을 연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대중문화와 콘텐츠산업도 적극 동참해 한류 실크로드를 함께 닦아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체코 MOU를 중부유럽권에서 우리 문화영토를 넓히는 실질적인 결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체코는 한반도 3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에 1000만명이 사는 크지 않은 나라지만 1인당 GDP(1만7330달러, IMF 2015년 기준)와 구매력이 중부유럽 국가 중 가장 높고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문화 중심지로 주변국가 영향력도 크다. 특히 음악과 문학은 세계적 수준으로 유명한 음악가인 스메타나와 드보르작·야나체크 등을 배출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야로슬라프 사이페르트 외에도 프란츠 카프카와 밀란 쿤데라도 모두 체코 출신이다.

그뿐만 아니라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가 그의 음악을 사랑하고 환영했던 체코 청중을 위해 일명 ‘프라하 교향곡’이라고 불리는 작품을 작곡했다고 할 만큼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의 애정과 관심, 수준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체코를 한번이라도 가봤다면 모든 국민이 문화가 일상인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런 중부유럽 문화강국에 마침내 ‘한류의 교두보’가 놓였다. 그만큼 문화적 전통과 수준이 높은 그곳 사람 눈에도 우리 문화가 충분히 매력적이고 자신들의 문화와 어울리고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답고 독창적이며 열정이 넘치는 우리 문화가 중부유럽을 감동시키고 그들의 수준 높은 문화와 서로 어울려 함께 상승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한-체코 정부 간 MOU 교환이 든든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wind0815@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