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없이 20대 총선 막이 올랐다. 골대가 없는 상황에서 공을 차야 하는 형국이다.
선거구 획정은 여야 합의로 결정한다. 오랜 전통이다. 하지만 이달 31일까지도 여야가 선거구 획정을 타결하지 못하면 현행 선거구가 모두 법적으로 무효가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예비 후보자 등록은 자동 취소되고 후보자는 선거 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선거 자체를 치를 수 없는 말 그대로 ‘아노미상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시한인 15일까지도 여야는 제대로된 협상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충분히 최악의 사태까지 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가 탈당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분당까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구 획정 논의가 기한 없이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처럼 ‘선거구 무효’ 사태가 가시권에 있는데도 여야는 여전히 ‘남 탓’만 하고 있다.
예비후보자 제도는 정치 신인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도에서 마련됐다. 공식 선거운동기간 전에 제한된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입후보자들로서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대신 선거구 획정이 지연될 수록 이들에겐 치명타다. 늦어질 수록 현역 의원들에겐 유리하다.
연말까지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으면 선거구 기준으로 등록 가능한 예비후보 자체도 없어진다. 예비 후보들이 분통을 터뜨려도 여야 협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룰 없는 경기’는 당연히 혼선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룰 없는 빈틈이 기성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누리기 위한 ‘의도적 태업’으로 활용되도록 해선 안 된다. 이미 유권자 알 권리과 선택권도 침해당했다. 이러한 후진적 선거전은 결국 국민의 정치 절망, 선거 불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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