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의료 관광지로 하와이를 찾는 이유

의료시장이 개방화 물결을 타면서 여행과 건강검진을 겸하는 이른바 ‘의료관광’이 일본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다. 지금은 중국인에 밀려 한풀 꺾였지만, 한때 성형수술이나 이 치료를 하기위해 한국을 찾는 일본인들이 많았다. 일본인들이 즐겨 찾는 의료관광지로 하와이가 소리 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와타나베(52) 부장은 올 겨울 휴가지로 따뜻한 하와이를 선택했다. 아내가 심장병과 암으로 일찍이 양친을 잃은 남편이 걱정돼 그 곳에서 휴가 겸 인간 독(Dock) 검진을 받아보자고 졸랐기 때문이다. 은행원인 스즈키(45) 차장의 아내도 요즘 남편에게 하와이에서 인간 독 검진을 받아보라고 성화다. 일본 국내에도 정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많지만, 홀리스티카 하와이 건강센터(Holistica Hawaii Health Center)의 EBT(전자 빔 단층촬영장치· Electron Beam Tomography) 검진이 유명하다는 소문을 들었던 모양이다.



EBT는 CT(컴퓨터 단층촬영장치)의 10배 이상 속도로 단면을 촬영하는 검진이다. 이 검진을 통해 기존의 검사로는 잘 발견할 수 없는 초기 심장병이나 암 등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검진 과정도 매우 간단해 전신 검사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20분 정도면 된다. 검사 결과가 나온 후 담당의사의 카운슬링까지 포함해도 1시간 정도면 끝나기 때문에 휴가를 겸해서 정밀 건강검진을 받는 데 시간적인 제약은 없다. 종래의 CT 스캐닝에 비해 방사선 피폭량도 불과 10분에 1에 지나지 않는다.

하와이 홀리스티카 건강센터의 로저 화이트 의료부장에 따르면, EBT검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이 아테로마성 동맥경화증이라고 한다. 혈관 내측에 융기가 생겨 혈액의 흐름에 지장을 받는 상태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원인이 된다. 심장기능 검사로는 종래의 운동부하시험이 있는데, 이는 심장의 혈관이 상당히 막혀있는 상태가 아니면 이상치를 얻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위험한 상태를 놓쳐버리는 수가 왕왕 있다.

또한 EBT검진으로 심장의 혈관 내에 축적된 칼슘량을 측정하여 조기에 혈관이 막힌 정도를 확인할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심장혈관 내의 칼슘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심근경색이 발병할 위험이 높아진다. 검진 결과,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운동부하시험이나 혈관조형 등을 통해 보다 상세하게 상태를 살펴보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폐암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X선 검사에 비해 정확성이 매우 높아 연필 끝에 달려있는 지우개 정도의 아주 작은 종양도 검출해낸다. 종래의 CT검사로도 비슷한 정도의 정밀도를 얻을 수 있지만, 방사선 피폭량이 적은 EBT검진 쪽이 스크리닝 검사로는 적합하다.

암은 일정한 크기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게 일반적이며,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도 많지 않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5%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전이되기 전 단계에 종양을 적출해버리면 5년 생존율은 70%까지 올라간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40세가 되면 매년 폐의 EBT검진을 받는 게 좋다.

그 밖에 신장이나 췌장, 간장, 장의 암 종양도 크기가 작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기 전 단계에 검출할 수 있다. EBT검진을 통해 의심스러운 종양이 발견된 경우에는 생체조직검사나 MRI(자기공명영상장치), 초음파 검사 등을 실시해 악성인지 양성인지를 구별해낼 수 있다.

홀리스티카 하와이 건강센터에서 실시하는 EBT 검진의 비용은 전신인 경우 995달러 정도다. 심장과 폐는 각각 395달러, 뇌는 595달러이며, 부위별 검진도 가능하다. 2000년에 건강센터를 개설한 이래 지금까지 약 8000명이 EBT검진을 받았다고 한다.


김국진 기자(bitkuni@etnews.com)

관광과 건강검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하와이가 일본인들 사이에 인기다.
관광과 건강검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하와이가 일본인들 사이에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