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전기차 해외 모델 국내 출시 전무…“시장 작고, 가격 책정 어려워”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새해 한국에서 신형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지 않는다. 한국 전기차 시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새해 1만대 전기차 보급을 추진하지만 소비자가 선택할 차종은 수년째 4~5종에 불과하다.

16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 전기차 신모델 출시를 선언했던 폭스바겐을 비롯해 대다수 글로벌 업체들이 순수전기차(BEV) 출시 계획을 접거나 보류했다. 현대차가 새해 상반기 출시할 ‘아이오닉(IONIQ)’이 유일한 전기차 신차모델이다.

새해 전기차 해외 모델 국내 출시 전무…“시장 작고, 가격 책정 어려워”

폭스바겐은 지난 2013년 순수전기차 ‘e골프’로 한국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지만 잠정 보류했다. 벤츠도 정부 정책과 충전인프라 등 한국시장 조사까지 마치고도 충전 규격이 맞지 않아 한국 시장을 우선순위에서 빼놓았다. 미국 테슬라모터스 역시 지난해 말 전기차 인증 등 사전준비를 마치고도 1년 넘게 시장 진출을 망설인다.

수입차 업계가 한국시장 진출을 꺼리는 이유는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시장 규모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환경규제조차 없어 전기차 구입 매력도 떨어진다.

한 수입차업체 전기차 담당자는 “한국정부가 2015년부터 시행하겠다던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2020년으로 연기함에 따라 국가별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며 “한국 시장 규모가 작은 만큼 대량 판매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차 가격도 유럽과 미국처럼 저렴하게 짜기 어렵다”고 말했다.

새해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은 지금까지 르노삼성과 기아차 독주에 현대차가 가세하는 구도가 예상된다. 올해보다 두 배 많은 전기차 1만대 보급이 예정돼 있지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차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전 세계 20여종 순수전기차가 나왔지만 한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는 BMW i3 등 4~5종에 불과하다.

BMW의 순수 전기차 i3 주행 모습.
BMW의 순수 전기차 i3 주행 모습.

전기에너지 비중이 20~30%에 불과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글로벌 PHEV 시장 1위 GM ‘쉐볼레 볼트’와 폭스바겐 ‘골프GTE’, 아우디 ‘e트론(e-tron)’ 등이 한국에 출시될 예정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