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이 4년여 만에 이동통신시장 10%를 돌파했다. 가계통신비 인하에 큰 공을 세웠다. 수익도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가 머쓱하다. 장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성장과 정체 갈림길에 선 알뜰폰이 새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통신비 인하 큰 공...성장 정체 위기감도
정부는 2011년 7월 알뜰폰을 공식 도입했다.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10%(584만명) 돌파는 4년 4개월 만이다. 우리와 이동통신 환경이 비슷한 프랑스·스페인보다 2년 가까이 빨랐다. 도매대가 인하, 전파사용료 면제, 우체국 판매 등 정부 지원이 큰 힘이 됐다. ‘10%’는 시장에서 자생이 가능한 상징적 숫자로 여겨진다. 어엿한 이동통신 시장 구성원이 됐다는 의미다.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컸다. 가입자가 이통사에 한 달 평균 내는 돈(ARPU)은 3만6481원이다. 알뜰폰은 1만6026원에 불과하다. 알뜰폰이 56%가량 저렴하다. 이통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타면 연간 24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 수익도 났다. 알뜰폰이 공식 도입되기 전부터 사업을 시작했던 일부 중소사업자는 올해 흑자가 유력하다. 6개사 정도가 1억~20억원 내외 흑자를 낼 전망이다. 대기업에서도 한 곳 정도 흑자업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유통망·영업전산 등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한 덕분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까지 적자기조다. 연간 596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적자액이 작년 965억원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 위안이다.
고속 성장을 이뤄냈지만 새해부터 성장 정체 위기감도 작지 않다. 우리보다 앞서 알뜰폰을 도입한 나라를 보면 10% 초반 점유율에 머물러 있다. 영국 12%, 프랑스 11%, 스페인 12%다. 10%를 돌파한 우리로서는 성장여지가 많지 않다.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은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다. 업계는 점유율 15% 목표 도달을 위한 추가지원을 요청했다.
한 알뜰폰 업체 임원은 “해외 알뜰폰 시장 성장과정을 보면 점유율이 정점까지 치고 올라간 후 그보다 조금 낮은 곳에서 안정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점을 최대한 높여야 하기 때문에 새해에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LTE·사업다각화로 활로 모색…M&A 가능성
정부는 새해에도 알뜰폰 지원을 계속한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알뜰폰 해외로밍 서비스를 1~2월 중 제공할 계획이다. 로밍은 해외 현지 통신사와 계약이 필요해 알뜰폰 업체는 제공이 어려웠다. 하루 1만원 정도에 로밍서비스가 제공되면 알뜰폰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알뜰폰 업계는 롱텀에벌루션(LTE) 가입자 확대와 사업다각화로 활로를 모색한다. LTE는 요금이 높아 수익성이 좋다. 이동통신3사는 젊은층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LTE가 필요하다. 현 14% 수준인 LTE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새로운 요금제 출시 등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할 방침이다. 9월(KT)과 10월(SK텔레콤) 처음 도입한 LTE 선불요금제도 확대한다.
사업다각화는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알뜰통신과 결합한 서비스가 많다. 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POS) 1위 업체 OKPOS는 11월부터 통신회선을 알뜰폰으로 교체했다. 내비게이션 업체 파인디지털은 새해 상반기 알뜰통신을 활용한 내비게이션과 차량관제서비스를 출시한다. 아이즈비전, 프리텔레콤 등 기존 알뜰폰 업체도 IoT 분야 진출을 늘릴 계획이다.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제기된다. CJ헬로비전 외에 추가 M&A가 예상된다. 지난해 27개 알뜰폰 사업자는 38개로 급증했다. 하지만 가입자는 편중됐다. 주요 중소업체 6개사가 중소사업자의 78%를 차지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시장규모에 비해 사업자 수가 많은 건 사실”이라며 “경쟁력 없는 업체가 정리되는 과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알뜰폰 가입자 증가추이
자료:미래부
[표]알뜰폰 사업자 매출 및 영업이익(단위:백만원)
※ 2015년도 영업이익은 사업체의 1∼3분기 실제 영업이익과 4분기 추정 영업이익의 합계
(자료:미래부, 사업자 제출자료)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