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15년 만에 발전 용량요금(CP·Capacity Payment)을 손질했다. 정률 인상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인상이다. 전력 수요지 인근에 있으면서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발전소에 상대적으로 높은 CP를 지급하고 발전소 투자·유지 비용도 매년 새로 산정해 현실화한다. 수도권 지역에 많이 들어선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경영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분산자원 활성화 콘퍼런스’를 열고 CP 개정안을 공개했다. 바뀐 CP 산정 공식은 ‘기준 용량요금(RCP)×지역별 계수(RCF)×연료전환계수(FSF)’다. 핵심은 없었던 FSF를 넣은 것이다. FSF는 온실가스 배출 계수와 발전기 이용률을 반영한 수치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이용률이 높은 발전소가 CP를 더 많이 받도록 설계했다.
새 발전기일수록 유리하고, 발전효율·이용률이 낮은 노후 발전기는 점차 설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기준 용량요금을 구성하는 건설투자비와 운전유지비 산정 기준도 신규·기존 발전기 특성에 따라 이원화했다. 내년 이후 가동하는 발전기는 진입연도에 따른 건설투자비를 받고 운전유지비는 매년 산정해 정산한다. 기존 발전기는 발전기별 진입연도에 따라 건설투자비를 지급하고 운전유지비는 올해 신인천 복합화력발전소를 기준으로 삼는다.
CP는 지난 2001년 1㎾당 7.17원으로 정해진 뒤 지금까지 고정돼 있다. 이번 조치로 건설투자비, 운전유지비가 매년 새롭게 산정돼 현실적 보상이 가능해졌다. 원자력, 석탄발전에 밀려 경영이 악화된 LNG발전소도 회생 기회를 잡았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민간발전업계가 정부에 건의한 세부 인상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건설투자비, 운전유지비를 실제로 어떻게 산정할지가 관건이고 발전소 효율과 설비 환경성에 따라 일부 발전소는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CP요금 인상이라는 난제를 분산전원 활성화 대책으로 풀었다. CP는 가동이 가능한 발전설비에 대해 실제 발전 여부와 상관없이 정해진 수준으로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최근 전력예비율 상승과 이용률 하락으로 경영악화에 시달린 민간 발전업계는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CP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는 분산전원 역할 수행 정도에 따라 CP를 차등 지급한다. CP를 정률 인상하지 않고 발전소 입지, 효율, 온실가스 배출량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산정한다. 수요지 인근에 있는 발전소는 생산전력 만큼 정산금에 용량요금을 더 받는 구조다. 또 수요지 인근 발전소가 급전 시 우선순위를 받고 더 높은 정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송전손실계수(TLF)를 새해부터 100% 적용한다. 발전소 전력망 이용 비용인 송전이용요금도 발전소 위치에 따라 차등 부과한다.
장거리 송전망을 이용하지 않는 분산자원은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LNG발전소 보유 비중이 높은 민간 발전업계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LNG발전소는 대다수 수도권에 위치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기 때문이다. 민간발전업계 경영난을 덜어주면서 분산전원으로 기여도가 높은 발전소를 차별적으로 우대하는 묘수다.
아직 분산전원 기준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향후 기준 수립 작업이 업계 관심을 끌게 됐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시장의 인상요인이 반영된 가격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며 “용량요금도 발전기별 기여도와 역할에 따라 조절해 시장거래와 정산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산전원 우대 정책(CP 개정안 포함)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최호기자 snoop@etnews.com,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