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 靑 요구한 경제법안 직권상정 거부…"현 경제상태 국가비상사태 아냐"

정의화 국회의장은 16일 청와대의 경제 관련 법안 직권상정 요구에 대해 “국가 비상사태에 (직권상정이) 가능하다고 돼 있는데, 과연 지금 경제상황을 그렇게 볼 수 있느냐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직권상정 요건을 강화한 개정 국회법 85조를 적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 의장은 “어제(15일) 청와대에서 메신저가 왔기에 내가 그렇게 (직권상정)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조금 찾아봐 달라고 오히려 부탁했다”며 “(경제법안 직권상정을) 안 하는 게 아니고 법적으로 못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임을 알아 달라”고 설명했다.

국회법 85조는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 또는 여야가 합의할 때에만 직권상정을 할 수 있도록 한 만큼 경제 관련 법안을 직권상정하는 것은 정 의장 권한 밖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안 만큼은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심사기일을 오는 31일 전후로 정해 직권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국민 기본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참정권인데 내년 4월 총선을 불과 4개월 남은 시점까지 선거구 획정이 정해지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고, 오는 31일이 지나면 (직권상정 요건인) 입법 비상사태라고 지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의장은 전날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이 “선거구 획정만 직권상정하는 것은 국회의원 밥그릇 챙기기”라고 주장한 데 대해 “아주 저속하고 합당하지 않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현 정무수석은 전날 정 의장을 찾아가 민생 법안 직권상정을 강력히 요구하며 “선거법만 (직권상정) 한다는 것은 국회의원 밥그릇에만 관심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며칠 뒤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고, 테러라는 것도 예고하고 생기지 않는다는 논리로 본다면 이 또한 (국가) 비상사태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비협조로 각종 입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며 규탄 결의안을 채택, 정 의장에게 쟁점법안 직권상정 요구서를 제출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결의안을 통해 경제활성화법 처리에 적극 동참,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전을 위한 노동 5법 처리, 북한인권법·테러방지법 처리 협력을 촉구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50명 이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논의조차 안 되는 일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국가가 어려운 만큼 의장이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