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9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기본적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고금리를 쫓아 이동할 가능성이 높지만 일단 외환보유액과 경상흑자 등 지표가 견고한 한국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이 많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리스크가 이미 상당 부분 금융시장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의 폭을 정확히 예단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여전한 모습이다.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 시장에 유입됐던 자본이 유출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고금리와 안전자산을 쫓아 움직이는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이탈하면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큰 충격을 받아 경제 전반이 휘청이는 최악의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외국인 자금 이탈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최근 팔자로 돌아서면서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 시장은 환율과 금리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미국 금리 변동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경제의 둔화 속도가 빨라진다면 글로벌 시장이 받을 충격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고, 신흥국 위기로 확대될 수도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비교적 좋다는 평가를 받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오히려 득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11월 말 기준으로 3684억6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인데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0% 초반으로 양호한 편이다. 또 올 10월까지 경상수지는 44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가는 등 기초여건이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튼튼한 편이다.
미국 등 주요 국가와의 통화 스와프도 1000억달러에 달하는 등 외환위기 방지 시스템이 예전보다 상당히 견고하게 구축돼 있다.
국내 금리가 신용등급이 유사한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신흥국을 빠져나온 외국인 자금이 한국을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미 국내 금융시장에 미국 금리 인상과 관련한 리스크가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경우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충분한 외환보유액과 지속되는 경상수지 흑자 등 기초여건이 상대적으로 견실하기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흥국으로 금융 불안이 확산하면 미국 성장이 제약되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한국도 직간접적 여파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외환·금융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도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본유출은 한국보다 자본건전성이 취약한 신흥국 중심으로 발생할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경우 신흥국에 대한 수출 감소가 더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