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이는 일요일 아침 일찍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엄마 고대기로 앞머리 볼륨을 팍팍 살리고 립글로스를 바른 데다, 흥얼흥얼 콧노래까지 부르는 모양새가 도저히 공부하러 도서관에 가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거기 딱 서! 무척이나 의심스러운 냄새가 스멀스멀 나는 데 말이다. 설마 도서관에 간다고 거짓말을 할 생각은 아니겠지?”
“아빠, 촌스럽게 요즘 누가 도서관에서 공부해요. 요 앞 카페에서 애들이랑 공부하기로 했다고요. 분위기 좋지, 편하지, 따뜻하지, 주스도 맛나지, 공짜 와이파이도 팡팡 터지는 최적의 공부방 카페 말이에욧!”
“최적의 PC방이 아니고? 그러지 말고 도서관에 가는 게 어떻겠냐. 팡팡 터지는 공짜 와이파이 좋아하다 네 휴대전화도 팡팡 털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된단 말이야.”
“엥?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물론, 와이파이(Wi-Fi, Wireless Fidelity)는 아주 유용한 기술이야. 일정 범위, 그러니까 가정용은 20~30m 정도, 기업용은 100~200m 정도의 ‘와이파이존’ 안에만 들어가면 누구나 무선으로 공짜 인터넷을 맘껏 사용할 수 있으니 무척 편리하지. 카페나 백화점 같은 상업시설은 와이파이를 이용해 손님을 끌 수 있고, 또 요즘엔 공공기관에서도 와이파이를 많이 설치해서 국민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단다. 2013년 전 세계 와이파이존은 인구 150명당 한 곳이었지만, 2018년에는 20명 당 한 곳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 그뿐만 아니라 데이터 전송속도도 요즘엔 초당 최고 7GB(Gigabyte)까지 빨라지고 있지.”
“그러니까, 휴대전화 데이터를 쓰는 대신 카페에 가서 맘껏 와이파이를 쓰면 그게 바로 근검절약이란 얘기죠. 거기다 아빠 말씀대로 속도도 빠르고, 비밀번호도 필요 없고, 정말 편하잖아요! 그런데 대체 왜 조심하라는 말씀이세요?”
“어허, 선현께서 이르길, 인생은 호사다마이며 새옹지마라 하지 않았더냐.”
“와이파이는 하나의 무선공유기에 여러 사람의 IT 기기가 연계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누군가 나쁜 목적으로 공유기를 해킹해버리면 많은 사람의 개인정보가 몽땅 털릴 가능성이 크단다. 문자메시지나 통화기록은 물론이고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도둑맞으면 금융사기를 당할 수도 있지. 또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 들어있는 소중한 정보가 노출될 수도 있고 말이야.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개방형 와이파이로 인한 개인정보침해신고가 매년 10만건 이상 접수되고 있고, 작년에는 무려 16만건 가까이 들어왔다고 하는구나.”
“후덜덜. 정말요? 그 좋은 와이파이를 안 쓸 수도 없고, 대체 어떡하면 좋아요?”
“일단 무선공유기를 설치하는 쪽에서 먼저 신경을 써야 해. 업소 전화번호나 1234567과 같이 누구나 쉽게 추측할 수 있는 비밀번호는 피하고, 번호를 되도록 자주 바꿔주는 노력이 필요하지. 실제로 한 백신기업 조사결과를 보면, 서울 시내 와이파이 공유기 70% 이상이 쉬운 암호나 낮은 수준의 보안체계를 갖고 있다고 하는구나. 또 공유기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최신 펌웨어를 신속하게 업데이트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해.”
“그럼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조심하면 돼요?”
“우선, 와이파이를 이용해 온라인 뱅킹을 하는 건 위험하니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단다. 또 특정 와이파이에 한 번 접속하면 그 와이파이존에 갈 때마다 자동으로 인터넷이 잡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자동접속이 되지 않도록 휴대전화 네트워크 설정에서 와이파이를 꺼놓고 꼭 필요할 때만 켜서 쓰는 게 안전하지. 그리고 와이파이를 쓰고 있을 때 수상한 팝업창이 뜨거나 뭔가를 설치하라고 하면 가급적 따라하지 않는 게 좋단다.”
“휴, 공짜라는 생각에 무작정 와이파이만 잡히면 좋아했었는데, 이제 정말 조심해야겠어요.”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