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석유화학업계가 올해 연간 수익성에서 저유가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연초 시작된 유가 약세에 비관적 전망이 쏟아졌지만 오히려 득이 됐다. 유가가 전년 대비 3분의 1 토막까지 떨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매출은 줄었다. 그러나 제품 가격은 뛰면서 영업이익은 크게 늘었다. 정유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 석유화학업계에선 LG화학, 롯데케미칼이 실적 개선 단맛을 봤다. 업계는 글로벌 수요가 당분간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새해도 올해와 유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까지 정유4사 누적 영업이익은 4조893억원으로 직전 3년간 연간 이익을 이미 넘어섰다. 업계는 올해 연 5조원 안팎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6조8595억원 영업이익을 올린 지난 2011년 이후 최고 실적이다. 지난해 4사 합계 영업손실이 7445억원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대반전이다.
SK이노베이션이 영업이익 1조6730억원을 거뒀고 GS칼텍스가 1조96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가 각각 8605억원, 4590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정유업계 호실적은 원유가격과 제품가격 차이인 정제마진 강세에서 나왔다.
두바이유 월간 평균 가격은 지난 1월 배럴당 45.77달러에서 17일(현지시각) 32.86달러로 떨어지며 11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60달러를 넘어서며 연중 고점을 찍은 5월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하지만 정제마진은 일정선을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올해 초 9달러대를 유지하다 3분기에 6달러선으로 떨어졌으나 지난 10월 이후 7~8달러대로 다시 올라섰다. 싱가포르 현물 기준 휘발유 가격이 1월 배럴당 54.24달러에서 현재 52.18달러로 일정선을 유지하는 등 소비가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저유가로 세계 정제설비 증설이 둔화된 것도 작용했다.
석화업계 마진(스프레드)도 강세를 보였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유가 하락으로 지난해 초반 대비 절반 수준인 톤당 500달러대로 떨어졌다. 반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원재료 제품 가격은 강세를 보였다. 에틸렌 가격은 올해 톤당 평균 1100달러선을 유지했는데 이를 감안하면 스프레드는 600달러 내외로 최근 몇 년간 최고 수준이다. 업계도 최고의 해를 보냈다. LG화학은 지난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15조1660억원, 영업이익 1조4716억원을 올렸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은 36.3%나 늘었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누적 매출액 9조129억원, 영업이익 1조3022억원을 달성하며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2%나 급증했다.
업계는 내년 상황도 일단 긍정적으로 내다 봤다. 유가 변동폭이 크지만 내년 한 해 중국, 중동, 미국 같은 빅3 지역 설비 증설 규모가 크지 않고 수요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점이 근거로 작용했다. 미국 원유 수출 허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양 업계 원가 절감 요인이 추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유가 하락이 더 이상 위험 요소가 아니라 득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최근 수년간 불황으로 인해 글로벌 증설이 적었기 때문에 좋은 장세로 돌아섰고 내년까지는 유사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6일 미국 공화당이 요구한 원유 수출 자율화에 민주당이 응답하면서 미국이 40년 만에 원유 수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현 수준 유가를 감안하면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보다는 정유·석화 산업 원가 절감 기회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정유·석화 주요 기업(업계 영업이익 기준 1,2위)>
< 전년 대비 실적 비교 정유 석화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