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인상...車 업계 ‘양날의 검’

국내 완성차 업체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0.25%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원화 가치가 하락해 자동차 수출 경쟁력을 갖추지만, 미국 현지 할부금리가 높아져 구매심리는 낮아진다. 신흥 시장은 미 금리 인상이 경기회복을 저해하면서 부정적 요인이 크다.

경기도 평택 항에서 현대기아차의 해외 수출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 평택 항에서 현대기아차의 해외 수출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산차 수출 시장은 확대될 전망이다. 올 들어 11월까지 자동차 수출 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65.1%에 달하는 269만7187대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이번 금리 인상의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11월까지 국산차 전체 수출 물량의 77.6%에 달하는 209만8374대를 수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가량 감소한 규모다. 최근 몇 년간 원화강세와 엔화약세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가격 경쟁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원화가치가 낮아지면 일본 업체와 가격 경쟁을 해볼만 하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 상반기부터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예고된 일”이라며 “원화강세가 길게 이어져오다 이제 약세로 접어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가격 경쟁력 강화로 수출 시장에서 유리해 질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엠은 올해 1~11월 수출 물량이 42만417대로 전체 판매의 73%를 차지했다. CKD(반조립부품) 수출도 73만7807대이다. 르노삼성차는 당초 올해 8만대를 위탁 생산해서 미국으로 수출하기로 한 닛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11만대로 생산규모를 늘린 바 있다.

다른 쪽에서는 신흥국 수출 시장과 미국 현지시장 판매에서 금리인상으로 불리한 면도 나타난다. 미국이 지속적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신흥시장은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 되면서 경기회복 속도가 느려질 전망이다. 러시아, 브라질 등 현재 경기가 나쁜 국가들은 경기침체가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브라질 등 신흥국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신흥국 시장이 불황에 빠지면 국산차 업체들의 대응 전략은 다양하지 않아 주력 차량 판매를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할부금리가 올라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기아차는 쏘나타, 옵티마(국내명 K5), 싼타페, 쏘렌토 등 인기 모델 대부분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다. 할부금리가 오르면 원화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약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일본 업체들이 낮은 금리 시대에 엔저를 등에 업고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면서 현대·기아차를 압도했지만, 국산차 업체들은 원화약세 ‘단물’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고금리 시대에 맞는 대응 방안을 찾지 않으면 매출과 수익성 모두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류종은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