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 전자상거래 분쟁 해결을 위한 ‘온라인분쟁해결(ODR) 절차규칙’을 내년 도입한다. 전자상거래 분쟁 관련 국제 기준이 만들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제품 하자, 배송 지연 등 해외 직접구매(직구) 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와 기업 간 전자상거래 분쟁이 종전보다 빠르게 해결될 전망이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는 내년 7월 본회의를 열고 ODR 절차규칙을 확정한다.
ODR 절차규칙은 우선 거래 당사자 간 협상을 거치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제3자가 조정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ODR 절차규칙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활용 범위가 확대되며 향후 강제력 있는 국제기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
UNCITRAL은 상거래분야 국제 통일규범 마련을 위해 설립한 UN 산하기구다. 2010년 말 실무작업반을 구성해 ODR 절차규칙 제정 논의에 착수했다. 국제 전자상거래는 분쟁 발생 시 국가·기업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해 해결이 어려웠다.
UNCITRAL 실무작업반에 참여한 30여 국가는 ‘협상-조정-중재’와 ‘협상-조정’ 방식을 두고 수년 동안 논의를 거쳤다. 미국은 조정 실패 시 법적 효력이 있는 중재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은 중재를 포함하는 방안에 반대했다. ‘판매자’가 많은 미국은 기업 입장에, ‘구매자’가 많은 타국은 소비자 입장에 무게를 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조정에서 바로 중재로 가는 방식은 소비자 소송권이 포기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우리가 방점을 둔 부분은 국내 소비자 권리 보호와 국내법 상충 회피”라고 말했다.
UNCITRAL 회원국은 논의가 길어지자 ‘중재’ 삽입 여부를 보류하고 공감대가 형성된 ‘협상-조정’ 부분부터 세부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내년 2월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구체적 계획을 만들고 7월 본회의에서 확정한다. 당초 계획보다 1년가량 일정이 늦어졌다.
ODR 절차규칙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세계 주요국 합의 결과물인 만큼 국제 기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내년 7월을 전후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이 대응 체계를 갖추고 홍보에 나선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은 자체 제작·운영해온 분쟁해결 절차 대신 ODR 절차규칙을 적용, 소비자와 분쟁을 쉽고 빠르게 해결한다.
국내 해외 직구 피해 구제도 용이해질 전망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접수된 해외 직구 관련 상담은 총 334건으로 지난해 전체(271건)보다 23.3% 늘었다. 배송 지연, 제품 불량·파손, 취소·환불 거부 등 피해 사례가 늘었지만 해외 전자상거래 업체 분쟁해결 절차가 제각각이어서 구제가 쉽지 않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업체마다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다 언어 장벽이 있어 해외 직구 피해는 구제가 어렵다”며 “ODR 절차규칙 적용이 확대되면 혼란을 줄이고 효과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UNCITRAL 및 ODR 개요(자료:UNCITRAL 제3실무작업반 회의 출장 결과보고(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