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장미란 기자] 2015년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은 턱 밑까지 쫓아온 위기 속 업체간 희비가 극명하게 드러난 한 해였다.
상반기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성장을 거듭해온 브랜드숍의 한계점이 본격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했다. 업계는 새로운 콘셉트로 매장을 리뉴얼하고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등 변화를 위한 노력에 나섰고 한편에서는 상장 열풍도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타지 못하거나 내·외부의 악재를 맞은 업체들은 힘겨운 한 해를 보내야 했다.
브랜드숍 본격 정체기 돌입
올해 화장품 유통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온라인과 면세점이 강세를 보인 반면 그동안 화장품 유통채널 가운데 두각을 나타냈던 브랜드숍은 정체가 본격화됐다. 그동안 브랜드숍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포화 상태에 놓인데다 출점 제한 등으로 이중고를 맞았다.
상반기 메르스 사태로 브랜드숍의 위기 상황은 극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화장품 시장의 ‘큰 손’으로 통하는 중국인 관광객, 요우커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서울 명동 등 전국의 주요 화장품 상권들이 한산해 졌고 브랜드숍은 직격타를 입었다.
최근 3년간 주요 브랜드숍 매출액 추이
이에 브랜드숍도 새로운 생존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나섰다. 주요 브랜드숍들이 매장을 새롭게 리뉴얼해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더페이스샵은 지난 9월 명동 중앙로 매장을 시작으로 주요 상권 매장을 순차적으로 리뉴얼 오픈했다. 매장 외관과 내부는 골드와 화이트 컬러로 현대적이고 깨끗한 느낌을 더했고 간판에는 더페이스샵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심벌마크를 새롭게 적용했다.
이니스프리도 세계적인 디자인 스튜디오 소프트랩(SOFT LAB)과 손잡고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를 친환경 가치를 담은 공간으로 새롭게 리뉴얼 오픈했다.
매장 내부는 이니스프리 제품 패키지에도 사용하는 재활용 소재인 감귤지를 나뭇잎처럼 활용해 친환경 느낌의 거대한 공중정원(Hanging Garden)을 연출했으며 매장 외부는 나뭇잎 모양의 알루미늄판을 활용해 현대적이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더했다.
앞서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4월 ‘Beautiful Green’이라는 테마로 명동월드점의 5층 외벽 전체를 초록빛 생화로 꾸며 새롭게 단장했고 토니모리도 명동 1호점을 콘셉트 스토어로 새롭게 리뉴얼 오픈했다.
롭게 리뉴얼 한 명동 1호점은 브랜드 핵심 콘셉트인 ‘어반 시크 스타일-스트릿 스타일’을 테마로 했으며 메이크업, 펀, 베스트에 맞춰 기능별로 라인을 분류한 것이 특징이다.
브랜드숍 해외 진출 가속화
브랜드숍들은 또 포화 상태에 놓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진출에 열을 올리는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에 주력했다. 우수한 제품력과 K-뷰티의 인기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핵심 상권에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11월 글로벌 경제 중심지인 중국 상하이 난징동루에 중국 내 단일 코스메틱 브랜드 중 가장 큰 규모의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 상하이’를 오픈했다.
이니스프리는 2012년 상하이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중국을 비롯한 7개 국가에 총 23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중국 최대 규모 매장 오픈을 통해 글로벌 자연주의 브랜드로의 위상을 공고히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에 잇따라 매장을 내며 상권을 강화했으며 중국에서는 하루 유동인구 20만명인 북경남역에 매장을 열었다. 또 15번째 진출국으로 중앙아시아 최대 경제대국인 카자흐스탄에 1호점을 오픈하고 중국과 인도, 아세안을 연결하는 요충지이자 신흥 아시아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얀마에 13, 14호점을 동시에 오픈했다.
토니모리는 지난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200SQM(약 70평)의 초대형 규모로 단독 매장을 연데 이어 멕시코 한류의 집결지인 멕시코시티 암부르고에 대규모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또 최근에는 마카오의 중심 상권에 플래그십 형태의 매장 1호점을 열었다.
토니모리는 특히 대형 크루즈 입점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전 세계를 순회하는 움직이는 크루즈 매장 입점으로 효율적 매출과 마케팅을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토니모리 해외마케팅 관계자는 “토니모리만의 장점과 소비자의 니즈를 효율적으로 접목시킨 마케팅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며 “경제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토니모리의 저력을 계속해서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브랜드숍 상장 열풍 증권가 사로 잡다
브랜드숍의 상장 열풍도 계속됐다. 올해 화장품 기업 상장의 첫 포문은 토니모리가 열었다. 토니모리는 화장품 원브랜드숍 단독 브랜드로는 에이블씨엔씨(미샤)에 이어 두 번째로 유가증권 상장에 성공, 지난 7월 10일 공모가 3만2,000원, 청약률 771.1대 1을 기록하며 유가증권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오는 12월 28일에는 잇츠스킨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한불화장품이 2006년 설립한 잇츠스킨은 지난해 매출 2418억8400만원, 영업이익 990억100만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올해에도 계속돼 3분기 2253억3400만원의 매출과 782억3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같은 성장은 중국, 동아시아, 미주 등 전 세계에서 6초에 하나씩 팔리고 있는 달팽이 크림의 성공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잇츠스킨의 대표 제품인 달팽이 크림은 지난해 598억1400만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 3분기에는 269억 66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잇츠스킨은 최근 공모가를 17만원으로 확정, 12월 17일과 18일 공모청약을 실시한다. 당초 시장에서는 20만원 이상의 공모가를 예상했으나 중국 정부의 따이공 규제 여파로 올들어 매출이 감소한데다 화장품 채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브랜드 간 경쟁이 출점 경쟁, 가격할인 경쟁으로 과열되고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다만 잇츠스킨이 상장을 통해 마련된 자금으로 국내외 M&A 투자와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의 유통망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힌 부분은 긍정적이다.
잇츠스킨 유근직 대표이사는 “최근 2천만불 수출탑과 신성장경영대상 등의 수상에 이어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는 잇따른 쾌거를 달성했다”면서 “내년에도 안정적인 판매가 기대되고 특히 상장을 계기로 중국 내 온-오프 라인 등 유통망 확장과 함께 미주, 남미, 유럽 등 시장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샤, 부진의 그림자 짙었다
브랜드숍 가운데 ‘뜬’ 곳이 있는가하면 부진의 늪에 빠진 곳도 있었다. 브랜드숍의 원조인 에이블씨엔씨의 미샤가 대표적이다.
미샤는 지난해 매출이 4383억원에 그치면서 이니스프리에 브랜드숍 2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영업이익은 67억4800만원으로 전년보다 48%나 줄었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장을 정리하고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등 ‘재정비’에 힘을 기울였다.
올초 50여 곳의 부실 점포를 정리한 데 이어 지난 9월 재입찰했던 서울메트로 화장품 운영 사업자 선정에서 네이처리퍼블릭에 밀려 지하철 매장을 철수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3분기 매출 899억원,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1039억원) 대비 13.5%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61.2%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매장 정리로 매출은 줄었지만 임차료 부담이 감소하면서 이익 구조는 개선된 모습이다.
미샤는 지난해부터 계속돼온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신제품 출시, 중국 등 해외 시장 공략, 가맹사업 확대 등으로 다시 한 번 도약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코스인코리아닷컴 장미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