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 부산물인 재를 재활용해 하수관로 침하를 예방할 수 있는 뒤채움재가 새로 개발됐다. 이 제품은 흙처럼 쓸려나갈 염려가 없어 도로에 포트홀이 생기는 원인으로 지목된 하수관로 침하를 방지할 수 있다.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은 시공 후 빠르게 굳어 다짐 작업이 필요 없는 하수관로 ‘가소성 뒤채움재’를 새로 개발해 침하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고 21일 밝혔다.
환경부 환경산업선진화기술개발사업 일환으로 케미우스코리아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지난해부터 공동으로 개발한 가소성 뒤채움재는 화력발전 등 산업 부산물로 나오는 재와 알루민산칼슘계 결합재를 활용했다. 처음에는 물에 갠 밀가루처럼 유동성을 지니지만 하수관거 부설 현장에서 타설하면 3~4시간 후 굳어져 하수관로를 감싼다.
뒤채움재는 하수관로를 감싸 하수관 파손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흙을 활용한 기존 뒤채움재는 하수관 누수 시 물에 쓸려가 버릴 수 있고, 하수관로 아래에 공동이 발생하면 지반 무게 때문에 하수관이 파손돼 지반침하를 유발했다.
새로 개발된 가소성 뒤채움재는 하수관로 하부에 공동이 발생해도 하수관 모양을 유지해 파손을 방지하며, 굳는 성질 때문에 하수관 누수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지반침하를 막을 수 있다. 또 빨리 굳기 때문에 긴급한 공사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굳은 후에는 물속에서 분리가 일어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지하수가 유입돼도 유실되지 않아 공동 발생을 최소화한다.
시험시공 과정에서 가소성 뒤채움재로 시공한 부분은 기존 뒤채움재와 달리 하수관로 하부에 공동이 발생해도 뒤채움재가 관의 파손을 방지해 지반침하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가소성 뒤채움재는 별도 다짐 과정이 필요 없어 공간이 협소한 지역에서도 하수관로를 설치할 수 있다. 콘크리트만큼 딱딱하게 굳지는 않기 때문에 추후 노후 하수관로 보수·교체 시에도 재굴착 작업을 쉽게 진행할 수 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가소성 뒤채움재가 지하 공동 발생에 따른 지반 침하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고 주거 밀집지역 보수공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향후 가소성 뒤채움재가 현장에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설명서를 작성하고 다양한 상용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은 “이번 기술개발을 계기로 노후하수관로 파손과 지반침하를 예방하고 국민 불안 해소와 안전한 사회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