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지탱하는 원동력은 ‘사람’에 있다.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의료진과 의료 외적인 일들을 지원해 주는 진료지원부서, 여기에 가장 중요한 환자도 있다. 사람이 없으면 병원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 병원 밖에도 병원을 움직이는 사람이 많다. 응급환자가 병원으로 오기 위해서는 소방 구급대원과 환자의 발이 되는 대중교통 기사가 있다. 약국, 제약회사 등등 많은 사람이 존재해 하나의 병원이 운영된다. 병원이 있기에 또 이들이 살아간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병원일수록 규모가 커지고 발전한다. 사람이 모이면서 좀 더 좋은 의료서비스와 편안한 환경, 편리한 프로세스를 원한다. 모든 병원은 그렇게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러한 병원문화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회장은 “기업은 사람이다. 나라가 없으면 삼성도 없다. 의심나는 사람 쓰지 말며, 쓰는 이상 의심하지 말라”고 했다. 사람을 중요시한 것이 삼성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많은 병원이 경영방침으로 제일 우선시하는 것도 ‘사람(환자)’이다. 기업에서 고객 중심을 말할 때 병원에서는 ‘환자 중심’을 논한다.
우리 병원도 환자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경영방침 아래 2008년부터 성당이 있던 제일 좋은 위치에 ‘메디컬협진센터’를 열었다. 환자 한 명을 위해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모이는 ‘다학제 협진’을 국내 최초로 시스템화했다. 최근에는 여러 병원에서 협진을 말하지만 2008년도만 해도 환자를 위해 여러 의료진이 모인다는 생각은 ‘혁신’ 그 자체였다.
협진시스템을 만들었던 당시에는 환자 증상에 맞는 정확한 진단을 찾아내 환자를 빨리 치료하는 게 목표였다. 지금은 진단과 치료뿐만 아니라 건강, 그 이상의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전인치유’로 치료 범위를 넓혀야 한다. 이는 앞으로 모든 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의사와 환자 간 팽배해진 불신 장벽도 문제다. 이를 없애기 위해 환자와 의사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질환으로 불편을 겪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의료진이 환자 입장에서 의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환자는 진심을 다해 치료에 따라주는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 환자의 몸과 마음이 모두 치료되는 ‘전인치유’가 가능하다.
협진을 처음 도입할 당시 참여하는 의료진에게 경제적 대가 없이 피로도만 가중시켰다. 지속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지금은 의료진 스스로가 협진팀을 구성하고 운영할 만큼 협진은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자부심과 성장 발판이다. 폐암전문협진센터 이용자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99%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서울 대형병원을 찾았던 환자가 되돌아오는 숫자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협진에 참여하는 의료진 자세도 달라졌다. 환자(사람)만을 중심에 두고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의료진(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 셈이다.
병원장이 된 이후 목표를 ‘건강, 그 이상의 행복을 실현’하는 병원으로 설정했다. 환자와 보호자, 직원 모두가 행복해지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입원부터 치료, 퇴원까지 환자, 보호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모두 제공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현재 진행하는 협진 시스템에 환자를 위한 맞춤형 식단, 재활 방안, 보험 혜택 상담 서비스에 환자와 보호자의 정서적 안정을 취하는 힐링서비스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병원이 단순히 병만을 치료하는 곳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통하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게 최종 목표다.
병원 간 경쟁이 심해지고 점점 더 첨단화된 의료기기가 등장한다. 병원이 생존하기 위해 몸집 불리기보다 기본이 되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인드부터 다잡아야 한다.
권순석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장 kwonsoon@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