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보화 재도약]지역정보화 틀 다시 짜자

1995년 첫 지방선거로 도입된 지방자치제가 올해 20년을 맞았다. 1987년 시·군·구 행정서비스 중심으로 시작된 지자체 정보화사업도 어느덧 30년 가까운 역사를 지녔다. 우리나라 지역정보화가 상당한 발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 독자 역량이 부족하고 중복·혼선도 적지 않다. 지역정보화 재도약을 위해 새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앙정부와 동등한 입장에서 지역정보화 추진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지역정보화는 1987년 국가전산망조정위원회 발족 계기로 국가기간전산망사업이 추진돼 물꼬를 텄다. 이후 1996년 ‘정보화촉진 기본법’이 마련됐다. 1998년부터 시·도 행정정보화가 본격 진행됐다.

현재 지역정보화 근간은 2009년 이명박정부 시절 제정된 ‘국가정보화 기본법’이다. 이때부터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지자체 정보화 사업을 총괄했다. 소관부처는 당시 행정자치부에서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됐다. 현 정부는 개방·공유·소통·협력에 중점을 둔 ‘정부3.0’ 기조에 맞춰 지역정보화를 추진 중이다.

지역정보화는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등에 힘입어 지속 성장했다. 올해 국가정보화 사업 가운데 지자체 사업예산은 1조10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증가했다. 국가기관 정보화 예산(4조1070억원) 4분의 1 수준이지만 증가율은 국가기관(4.2%) 보다 3배 높다.

같은 기간 지자체 정보화 사업 수는 5990개에서 6709개로 12.0% 늘어났다. 국가기관 사업 증가율(7.6%)을 웃돈다.

지역정보화가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질적 성장으로 제2 도약을 이루려면 추진 체계 재정립이 필요하다. 각 지자체가 통합 체계 없이 개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니 중복과 낭비가 발생했다. 지자체 통합전산센터 구축은 번번이 예산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서울·인천·대전이 자체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나머지 지자체도 독자 구축에 나섰다.

지자체별 정보화 역량 차이도 크다. 2013년 기준 17개 광역자치단체 평균 정보화 인력 비율은 2.56%다. 가장 높은 충북은 4.33%다. 가장 낮은 제주는 0.02%에 불과하다.

지역정보화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된다. 초기 전자정부가 업무처리 효율성과 행정개혁에 중점을 뒀다면 미래 전자정부는 정부3.0에 따른 협업과 공유가 중요하다. 공공서비스도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 국민은 나만을 위한, 나에게 맞춰진 서비스를 원한다. 국민 수요를 가장 잘 파악하는 곳이 지자체다. 지자체가 표준화된 중앙정부 서비스가 아닌 지자체만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한세억 한국지역정보화학회장(동아대 교수)은 “우리나라 지역정보화가 3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녔지만 자주성과 독자성을 지닌 계획·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지자체 정보화계획을 수립하는 인력·조직·역량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법령에 따른 중앙정부 중심 정보화사업으로는 지역 수요를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 국가정보화 기본법이 지자체 정보화계획 수립 근거를 담았지만 단편적이다. 지역에 최적화된 종합 지원 체계가 미흡하다.

지역정보화에 초점을 맞춘 독립 법령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가정보화 기본법과 별도로 ‘지역정보화추진법(가칭)’을 만들자는 것이다. 독립 법에 근거해 지역정보화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플랫폼 구축이 목적이다.

과거에도 지역정보화법 제정 시도가 있었다. 2007년 ‘지역정보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합 법률안’이 발의됐다. 이후에도 여러차례 입안이 추진됐다. 관련 부처 영역다툼과 무관심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 회장은 “지역정보화추진법은 지역정보화 안정적·효율적 추진 기반으로서 필요성과 당위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화 성숙·심화단계에서 지역정보화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지역정보화추진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법령 재정비와 함께 지역정보화 지원 기능 강화도 요구된다. 손연기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은 “지역정보화 추진체계 정비 과정에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데 노력할 것”이라며 “기획단계에서 성과평가까지 전반을 지원하는 정책자문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정보화 정책 추이(자료:2014 지역정보화백서)>


지역정보화 정책 추이(자료:2014 지역정보화백서)

<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 국가정보화 시행계획(자료:미래창조과학부)>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 국가정보화 시행계획(자료:미래창조과학부)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