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산업은 올해도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무역흑자 1000억달러 시대를 연 것이다. 우리나라 제조업 취약점으로 꼽혔던 소재·부품이 경쟁력을 높이면서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등 전방 산업이 큰 변화를 겪고 있어 안심할 순 없다.
◇2년 연속 무역흑자 ‘1000억달러’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5년 1~11월까지 우리 소재·부품 교역은 수출 2434억달러, 수입 1471억달러로 무역흑자 963억달러를 기록했다. 현 추세를 감안하면 2년 연속 소재·부품 무역흑자 1000억달러 달성이 확실시 된다.
국내 소재·부품산업은 지난 1996년 37억달러 적자에서 이듬해 34억달러 첫 흑자를 달성했다. 이후 흑자 규모가 30배 이상 커지며 작년 사상 첫 1000억달러에 이르렀고 올해도 이정표를 세웠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총 수출 중 소재·부품 비중이 사상 최고인 50.2%를 달성했다”며 “글로벌 경기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아세안 등으로 수출이 양호했다. 대(對)중국 수출도 증가했다. 중국 무역흑자 규모는 11월 현재 434억달러다.
베트남 수출 증가도 특징이다. 베트남과 무역수지는 127억달러로 최근 5년간 70%가 넘는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유럽 경기침체 영향으로 대 유럽 수출은 감소 추세다.
제품별로는 조립금속제품, 전기기계부품, 전자부품, 컴퓨터·사무기기부품 등 부품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했다. 여기에 수송기계부품 수출이 9월 들어 증가세로 반전하며 반도체 등 전자부품과 함께 주력 산업 수출에도 긍정적 신호를 보였다.
소재부품 분야 오랜 문제로 지적돼 온 대 일본 무역역조도 개선 추세가 이어졌다. 대 일본 소재부품 무역적자는 131억달러다. 2011년 이후 수입이 지속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입의존도도 16.5%로 사상 최저치를 보였다.
◇스마트폰에서 자동차 부품으로 ‘중심축’ 이동…OLED 소재도 주목
전체 소재부품산업 지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국내 산업계는 부침이 심했다. 한계 사업 정리 등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이 강하게 나타났다.
대표적 예가 삼성전기다. 삼성전기는 지난 6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모터 사업을 중단했다. 7월에는 파워모듈, 튜너, 전자식 가격표시기(ESL) 제품 생산 사업을 매각했다. PC와 TV 분야 비주력, 저수익 사업을 정리했다.
스마트폰 부품 업계도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LG전자뿐 아니라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도 주춤하면서 후방 산업계로 영향을 미쳤다.
다수 기업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업체도 속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터치스크린 업체는 생존이 화두가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고 전했다.
소재부품은 전방산업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동안 스마트폰과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가 국내 소재부품 산업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자동차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로 세대교체가 예상된다. 2016년은 본격적인 변화를 확인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반도체 등 부품사업을 관장하는 권오현 부회장 직속으로 조직을 뒀다. 전장사업팀은 앞으로 삼성전자 자동차 전장사업을 총괄한다. 삼성전자는 우선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 중심으로 전장사업 역량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후 계열사간 협력을 강화한다. 차량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카메라 모듈을 만드는 삼성전기, 전기차 배터리를 제조하는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와 협력이 예상된다.
자동차 전장이란 차량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전자·IT 장치를 뜻한다. 텔레매틱스, 중앙정보처리장치(CID),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차량용 반도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리면서 전자업계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다.
LG는 삼성에 앞서 전장사업을 준비해왔다. LG전자는 텔레매틱스, 디스플레이 오디오, 내비게이션 제품을 주로 생산했다. 자동차 설계용역, 금형, 생산설비 공급 사업을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 기업이다. 각종 모터나 센서, 차량용 발광다이오드(LED) 등은 LG이노텍이 맡고 있다. LG이노텍 전장 사업 매출은 내년 1조원 달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소재 분야에서는 OLED 부상이 기대된다. OLED 디스플레이는 전기를 가하면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 소자로 구성된다. LCD와 달리 별도 광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OLED 디스플레이는 전체 원가에서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45~65%에 이를 정도로 소재 사용 비중이 높다.
때문에 소재 시장은 OLED 산업과 비례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인 IHS테크놀로지는 세계 OLED 소재 시장이 올해 6억6000만달러 규모를 형성하고 2018년에는 15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OLED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이 산업을 주도하고 있어 후방 산업인 소재 기업이 성장 기회를 잡을 전망이다.
OLED 주요 소재로는 △적(R)·녹(G)·청(B)색 발광층 소재 △정공 수송층(HTL), 정공 주입층(HIL), 전자 수송층(ETL), 전자 주입층(EIL) 등 공통층 소재 △발광층에 사용되는 도판트, 스택 구조에 사용되는 CGL, 블루색 효율 강화를 위해 사용되는 aETL 소재 등이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
윤건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