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일가 책임경영, 여전히 미흡…사외이사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0.04% 불과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일가의 책임경영 수준이 갈수록 후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를 포함한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하지 않고 기업을 경영하는 비율이 계속 늘고 있다. 사외이사 반대로 부결된 이사회 안건은 0.04%에 불과했다.

대기업 총수일가 책임경영, 여전히 미흡…사외이사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0.04% 불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23일 발표했다.

총수가 있는 40개 민간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중 총수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21.7%(294개)로 전년(22.8%, 312개)보다 1.1%P 감소했다. 총수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도 7.7%(105개사)로 전년(117개사, 8.5%)보다 0.8%P 줄었다. 경영은 하지만 책임은 지지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영(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 86.7%), 세아(71.4%), 현대(68.4%) 순으로 총수일가 이사등재 회사 비율이 높았다. 미래에셋(0%), 삼성(1.5%), SK(2.4%) 순으로 낮았다.

공정위는 “임기만료와 중도사임 등으로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라며 “반면에 지주회사 전환집단은 총수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9.4%)이 일반집단(6.7%)보다 높고 전년(9.2%)보다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총수 일가를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여전히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1년 동안(2014년 5월 1일~2015년 4월 30일) 대기업집단 상장사(239개) 이사회 안건 5448개 가운데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13건(0.24%)으로 전년(15건, 0.26%)보다 줄었다. 총 13건 중 부결된 안건이 2건(0.04%), 부결되지는 않았지만 안건에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는 11건(0.20%)이었다.

사외이사 이사회 참석률은 92.5%로 전년(93.0%)보다 0.5%P 감소했다. 총수 없는 집단 이사회 참석률(95.8%)이 총수 있는 집단(92.1%)보다 높았다. 하이트진로(100%), 세아(98.8%), LS(98.3%) 순으로 높았다. 이랜드(46.2%), 효성(74.2%), 한진중공업(80.3%) 순으로 낮았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2014년까지 지속 증가하다 올해 소폭 감소(-0.1%P)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도 2014년까지 계속 늘다가 올해 0.5%P 줄었다.

주주총회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대기업집단 상장사는 지난해 0개에서 27개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체 상장사(239개) 중 집중·서면·전자투표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51개로 전년(31개)보다 크게 늘었다.

전자투표제 도입 회사 급증은 상장사 주주총회 내실화를 위해 1월부터 ‘셰도우 보팅제’를 폐지하며 전자투표제 도입회사 등에 한해 3년 동안 셰도우 보팅제를 운영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셰도우 보팅제는 법인이 요청하면 예탁결제원이 주총 참석주주 찬반비율에 따라 예탁된 주권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를 도입하는 회사가 증가하고 있는 등 일부 긍정적 변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총수일가 책임경영에서는 미흡한 양상을 보이고 있고 사외이사 등의 권한 행사도 아직 활성화 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총수일가 이사 등재 현황(자료: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 총수일가 책임경영, 여전히 미흡…사외이사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0.04% 불과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