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장미란 기자] 올 한해 화장품 업계를 뒤흔든 최대 이슈는 ‘중국’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화장품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은 국내 화장품 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중국 화장품 시장으로의 진출이 늘어났고 중국 소비자들에 인기를 얻은 제품을 기반으로 상장까지 노릴 정도로 성장한 회사가 나왔으며 중국 맞춤형 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뤘다. 말 그대로 ‘중국의,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한 해였던 셈이다.
코스인은 2015년 한해동안 국내 화장품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중국 관련 이슈10가지를 꼽았다.
1. 중국 관광객 면세점 매출 이끌다
올 한 해 면세점은 국내 화장품 유통채널 가운데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요우커라 불리는 중국 관광객들이 화장품 구매의 ‘큰 손’으로 뜬 덕분이다.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10년 4조526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8조3077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상반기 메르스의 영향이 있었지만 지난 7월까지 5조1054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연말까지 10조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체 면세점 매출의 70% 이상을 외국인이 올리고 이중 80% 이상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올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우커에 의한 면세점 매출 비중이 높았다.
2. 한국, 중국 수입 화장품 시장 2위 ‘껑충’
올해 들어 중국으로의 화장품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중국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프랑스 이어 2위 수출국으로 위상이 달라졌을 정도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은 1억3121만 달러의 한국 화장품을 수입했다. 전체 수입액(6억8626억9000달러)의 19.1%에 해당하는 규모로 일본(1억502만6000달러·15.3%)과 미국(7547만9000달러·11.1%)을 제치고 프랑스(2억3090만6000달러·33.6%)에 이어 2위로 올라선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과 미국에 뒤져 4위를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 중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7%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단숨에 두 계단을 뛰어 올랐다.
이 같은 순위는 7월까지 바뀌지 않았다. 한국은 3억7083만달러의 화장품을 중국에 수출했다. 5억1259만달러의 화장품을 중국에 수출한 프랑스보다 1억달러 이상 적지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50.6%에 달했다.
3. ‘마유·달팽이크림·마스크팩’ 중국 인기상품 중소업체 급성장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의 성공은 기업의 규모까지 바꿔 놨다. 일부 중소업체들은 중국에서 ‘대박’을 친 인기 제품을 기반으로 상장을 노릴 정도로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인 11월 11일 광군절(光棍節) 당일 티몰글로벌 화장품 쇼핑몰 TJ21을 통해 판매된 TOP 10 아이템에 포함된 게리쏭 마유크림과 메디힐 NMF마스크팩, 잇츠스킨 달팽이크림 등은 올해에도 그 명성을 이어갔다.
달팽이크림으로 유명한 잇츠스킨은 12월 28일 코스피 상장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잇츠스킨은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중국에 본격적으로 진출,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클레어스코리아는 ‘게리쏭 마유크림’의 인기를 기반으로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하는 ‘제5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2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마유크림 원조를 둘러싼 경쟁사들과의 소송전을 마무리짓고 내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로 중국 1위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마스크 팩 판매 1위를 차지한 엘앤피코스메틱은 올해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인천에는 대규모 통합 물류센터를 오픈했다. 또 한류스타 현빈과 미쓰에이의 멤버 페이를 글로벌 모델로 발탁,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이외에도 마스크팩 제품들이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대다수 시트 마스크팩 OEM 제조사들의 매출이 급증하기도 했다.
4. 중국 따이공 매출 ‘롤러코스터’
그동안 화장품 기업들의 중국 매출에 상당부분 기여해 온 보따리상, 따이공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올 한해 화장품 업계가 웃고 울었다.
올해 초만 해도 따이공 매출이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크게 늘어나 화장품 기업들의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5월부터 중국 정부의 화장품 ‘따이공’ 활동 규제, 즉 중국 당국으로부터 위생허가를 얻지 못했거나 정식 통관을 거치지 않던 화장품 거래 제한이 본격화됐다.
이에 까다로운 절차와 비용, 기간 등의 문제로 위생허가를 얻지 못한 중소업체들은 울상을 지었다. 반면 공식 수출 경로를 거치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표 화장품 기업과 브랜드들은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5. ‘숨겨진 따이공’ 중국 유학생 매출
중국 정부의 화장품 따이공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따이공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유학생들로 인한 화장품 매출이 상당한 수준에 달해 업계의 시선을 모았다.
중국 유학생들이 국내에서 구매해 중국으로 보내는 제품들은 주로 대형 A와 B사 제품 등으로 내수 판매로 잡힌다. 하지만 이들 제품들은 대부분 중국으로 판매돼 실질적으로는 수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방문판매로 잡히지만 실은 해외로 빠지는 물량이 커 유통채널의 매출 통계를 내는 데 오류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6. 중국 ‘한국관’ 유치 활동 확대
중국 내 경기부양책에 따른 쇼핑몰 건설 증가와 보세구역 활성화,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맞아떨어지면서 중국에서 한국관 유치 활동이 크게 늘어난 한 해였다.
중국 각 지역에 보세구역이 들어섰고,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화장품에 대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관 열풍은 중국 내 대표적인 B2C 사이트들에서도 불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가 내놓은 ‘중국 내 B2C 전자상거래와 해외직구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중국 내 주요 B2C 사이트에 한국 전용관이 전혀 없다시피 했으나 최근 중국 B2C 시장을 주도하는 텐마오(天猫)·징둥·쑤닝이거우 등 3대 사이트가 모두 한국 제품 전용관을 개설하고 한국산 소비재 판촉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가 일반인 입국 시의 휴대품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온라인 한국관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7. 중국 해외직구 열풍 국내 화장품 `훈풍`
올해 중국에서 해외직구족인 ‘하이타오족(海淘族)’이 증가하면서 불기 시작한 해외직구 바람이 국내 온라인 쇼핑 수출을 이끌었다.
중국의 해외직구 금액 증가 추이 (단위 : 억 위안)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온라인 쇼핑 수출·수입 통계’ 자료에 따르면 화장품은 올해 온라인 쇼핑 수출액 가운데 5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2014년 연간 온라인 쇼핑 수출액 2476억원을 기록했던 화장품은 올해 3분기까지 3969억원의 수출액 누계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43.2%의 성장률을 보였다.
3/4분기 상품군별 온라인 쇼핑 수출액에서도 화장품은 127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9.3% 증가했다.
화장품의 온라인 쇼핑 수출을 이끈 것은 중국이다. 2014년 국가별 온라인 쇼핑 수출액 가운데 중국은 2,958억원으로 전체 수출액의 46.1%를 차지했으며, 올해 3분기까지 온라인 쇼핑 수출액 누계에서도 전년 대비 164.9%의 폭발적인 증가율을 보였다.
8. 차이나머니, K-뷰티를 노리다
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중국 자본의 국내 유입도 빨라지고 있다. 국내 화장품 기업을 상대로 한 M&A 등 지분 참여가 활발해 졌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올 한 해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지난해 대비 119% 늘어난 19억 달러(약 2조2325억원)에 달했다. 중국 기업들의 투자는 보험과 건강의료 뿐 아니라 화장품 분야에 집중됐다.
중국 기업의 대한국 투자
실제 온라인 화장품 유통업체 온라인 화장품 유통업체 쥐메이인터내셔널홀딩은 잇츠스킨에 1억2500만 달러(약 1조17812억원), 피부 미용기기 제조업체 드림시스에 2300만 달러(약 271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 화장품 기업에 대한 중국 업체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중국 자본의 화장품 기업 인수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9. 중국 법규 제도 강화
중국 화장품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중국 정부의 규제 변화에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올해 중국의 화장품 제도 변화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화장품 표시사항을 기재하기 위해 우리나라 말로 인쇄된 제품 정보에 중국어로 된 라벨링을 스티커 형태로 부착하는 오버라벨링과 한방 금지 방안이다.
이와 함께 위생허가 없는 제품 판매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화장품 위생감독 조례’ 변경이 입법 예고됐다.
10. 화장품 수입관세율 2% 인하
중국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6월 1일부터 일부 생활용품의 수입관세율을 인하했다. 이 가운데 기초화장품의 관세를 기존 5%에서 2%로 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수입 화장품 업체들이 잇따라 화장품 판매가를 내리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과 국내 최대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가격 인하를 발표한데 이어 최근에는 미샤와 스킨푸드 등이 소비자 판매가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코스인코리아닷컴 장미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