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신 촉매제로 평가 받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산업이 만성적 인력난에 허덕인다. 꾸준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자칫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27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임베디드SW 인력 부족 현상이 이어진다. 우리나라 주요 산업 중 부족현상이 가장 심각하다. 열악한 근무환경, 낮은 처우 등 고질적 산업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적은 인력마저도 대기업으로 쏠린다.
국내 임베디드SW 개발자는 총 6만2000명으로 추정된다. 인력 부족률은 직종에 따라 10~20%에 달한다. SW기획이 11%, SW구현 8.3%, 품질관리 10.9%, 기타 지원 20.1%가량 부족하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12대 주력산업 인력 부족률은 2.4%다. 임베디드SW가 최대 10배 높다. 전체 산업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하다. 업종별로는 모듈 제품 생산기업이 가장 열악했다. 인력 부족률은 11.7%다. SW기업(6.9%)보다 약 두 배 높다.
임베디드SW는 각종 정보기기, 자동차, 항공기, 가전제품 등에 탑재된다. 제품 부가가치와 서비스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올해 우리나라 임베디드SW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5% 오른 19조8800억원으로 예상된다. 패키지SW 산업(4조5700억원)과 비교해 4배 이상 크다. 2017년까지 연평균 10% 성장해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융·복합 시대 핵심요소지만 인력부족 현상은 매년 반복된다. 산업 특수성과 열악한 시스템, 경기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임베디드 분야는 SW 지식과 함께 HW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지난해 국내 SW학과 졸업생 수는 1만3511명이다. 임베디드SW 전문 교육과정을 밟거나 관련학과를 나온 학생은 거의 없다.
문정현 임베디드SW·시스템산업협회 실장은 “임베디드SW는 학사과정을 뛰어넘어 전문가 과정을 거쳐야 현장에 투입되지만 학사 내지 전문가 과정이 전무하다”며 “데려갈 인력이 없어 임베디드SW 기업 인력난은 반복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상황은 더 나쁘다. 절대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이마저도 대기업에 몰린다. 임베디드SW 개발자 50%(약 3만명)가 삼성과 LG에 쏠렸다. 이들이 주력하는 모바일, 자동차, 가전 부문 임베디드SW 수요가 확대된다.
한 중소 임베디드SW 업체 대표는 “상황이 비슷한 대기업이 중소기업 인력을 흡수한다”며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전문 인력양성 프로그램 수료자도 대기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만성적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확대가 요구된다. 산학 협동 전문가 양성 과정도 지난해 첫발을 디뎠다. 배출한 인력이 특정 기업에 집중되지 않도록 매칭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규모 있는 임베디드SW 기업이 자체 인력 육성의지도 요구된다.
문 실장은 “내년부터 정부가 5년간 100억원을 투입해 대학원별 임베디드SW 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한다”며 “정부 노력과 함께 기업 자체 육성 방안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